장상태 목사의 성경 오해 풀고 읽기(1)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1장에 따르면, 성경의 원저자는 하나님이시며(WC.1.4), 성경은 하나님의 영감에 의해 주어진 것으로 신앙과 생활의 규범이다(WC.1.2). 또한 무오한 진리와 성경의 신적 권위에 대한 충분한 설득과 확신은 우리의 마음 속에서 말씀으로, 말씀과 함께 증거 하시는 성령의 내적사역에서 오는 것이다.(WC.1.5). 하나님은 성경이 기록될 당시에 언어적, 사회적, 문화적, 문학적 요소를 모두 사용하셔서 자신의 뜻을 계시하셨다. 이것은 성경 저자들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당시의 다양한 배경을 알아야 한다. 이것을 위해서 개혁주의 전통은 문법적, 역사적, 신학적 방법으로 성경을 해석했다.
문법적 이해는 성경이 기록될 당시의 언어와 문체, 문법 구조, 전후문맥, 서술 방법, 표현 방법 등에 대한 내용이며, 역사적 이해는 저자와 독자의 독특한 역사적, 문화적 상황에 대한 내용이다. 신학적 이해는 구원계시사와 언약의 성취, 하나님 나라 등과 같은 정통개혁교리에 근거한 내용이다. 이를 토대로 성경을 자세히 읽고, 연구할 때, 성경에 대한 오독과 오해를 줄이며, 성경 저자인 하나님의 뜻과 의도를 신앙과 생활규범을 위해서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
본 성경연구는 개혁주의 해석 방법을 통한 성경연구로, 성경본문에 대한 오해를 풀고 본래의 의미를 드러내며, 인간의 타락과 죄의 영향, 하나님의 선택과 예정, 영광과 섭리 등을 통한 정통교리를 본문에서 찾아 바른 신앙으로 인도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어떤 복음성가에 “주의 말씀 의지하여 믿음으로 그물 던져 믿는 자에겐 능치 못함 없네”라는 가사가 있다. 이 가사에 따르면, 베드로가 마치 예수님의 말씀에 대해서 신앙적인 큰 믿음을 가지고 순종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포기하는 순종의 결단으로, 우리도 믿음을 가지면 능치 못한 일이 없다는 의미를 전달한다. 그러나 성경 본문을 살펴보면 몇 가지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나온다.
베드로가 정말 말씀에 대한 온전한 순종으로 결단해서 놀라운 역사를 경험했다면, 예수님께 감사할 수도 있다. 혹은, 백부장처럼 예수님의 칭찬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왜 예수님께 나와서 “무릎 아래” 엎드렸을까? 그리고 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나를 떠나소서”라는 고백을 했을까? 자연스럽지 않은 연결이다. 베드로가 순종적인 믿음의 결단으로 “말씀에 의지”했다면 왜 두 번의 변명을 하며 가지 않으려고 했을까? 베드로가 처음 제자로 부름을 받을 때, 이렇게 완성도 높은 신앙을 가지고 있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기기 어렵다.
본문에서 과연 베드로가 진짜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자로서 인식하고, 그 말씀이 생명의 말씀인 줄 알고 “그물을 던진 것일까.” 합리적인 의구심을 가지고 본문의 뜻을 찾아가면, 본문의 본래 의도를 알 수 있다. 베드로라는 사람이 주인공이 아니라, 베드로를 부르신 예수 그리스도가 보이며, 어떻게 한 사람을 제자로 부르시며 이끌어 가시는지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로 본문을 다시 읽을 수 있다.
먼저, 이 본문은 베드로가 얼마나 예수님과 말씀에 대해서 무관심했는지 암시하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있다. 1절과 2절은 매우 극적인 대비를 보여준다. 1절에서 “무리”의 그룹과 2절에서 “어부들”의 두 그룹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찍는다면, 1절에서 “무리” 그룹이 말씀을 듣기 위해서 예수님을 에워싸고 말씀을 듣고 있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2절에서 말씀을 듣지 않고 생업에 바쁜 “어부들”의 일상을 대비시키고 있다. 이 장면은, “왜 어부들은 저 무리 속에 있지 않을까?” 라는 의문을 들게 한다. 더욱이 예수님은 당시 소문이 퍼져서 알려지기 시작하던 초기였다. 게네사렛 호숫가의 어부들은 이 사실을 몰랐다고 볼 수 없다. 특히, 베드로는 장모의 열병을 치료받는 기적을 경험했고(눅4:38). 안드레의 소개로 예수님을 만나기도 했다(요1:42). 두 번이나 예수님을 만나서 말씀을 듣고 기적까지 체험을 했다면, 베드로가 무리 속에 들어가서, 말씀을 듣지 않는 것은, 예수님을 랍비 정도로 인식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것은 본문 5절에서 예수님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호칭에서도 알 수 있다.
따라서,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런 베드로를 그냥 두지 않으셨다. 예수님은 무리에게만 말씀을 전하고 끝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베드로에게 다가가신다. 3절에서 예수님은 “한 배”에 오르신다. 이 배는 시몬의 배였다. 어부에게 배는 중요한 생계 수단이다. 예로부터 어부들은 배에 아무나 태우지 않는다.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러 갔다가 사고로 돌아오지 못하거나 실종되는 사건이 어촌에서는 비일비재하다. 그렇기 때문에 배에서 고사를 지내거나, 신의 이름을 따서 배를 명명하는 경우들이 있다. 더욱이 예수님은 어부도 아니고 목수이시며, 베드로가 사는 동네 사람도 아니었다. 이런 분이 베드로의 배에 올라서 “가르치실 때” 베드로는 쳐다보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매우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이때, 예수님이 매우 무리한 요구를 하신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라,” 베드로는 이 말을 듣고, 바로 순종하지 않는다. “밤이 새도록” 수고했고, “잡은 것이 없지마는”이라고 변명을 한다. 그리고 말씀에 의지하여 그물을 내리겠다고 말한다. 몇 근거로 베드로가 믿음 없이, 마지못해서 대답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먼저, 베드로는 예수님을 향해서, “선생님”(에피스타타)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8절의 “주여”(퀴리에)와 대조적인 단어이다. 또한 “말씀에 의지하여”라고 할 때, 1절에서 나온 “하나님의 말씀”에서 “로고스”와 대조적인 “레마”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더욱이, 5절은 정황상 베드로가 수많은 무리에 둘려 싸여 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1절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던 무리들은, 예수님의 시야에 들어온(2절) 매우 가까이에 있는 배로 이동할 때, 함께 이동해서 주변에 함께 있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베드로는 많은 무리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어쩔 수 없이 예수님의 말씀을 듣다가, 무리가 보는 가운데서 예수님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 상황은 베드로가 예수님의 요구를 피하기 매우 어렵게 만든다. 이때, 예수님이 베드로가 빠져 나갈 수 없는 요청을 하신다. 베드로는 “깊은 데로”라는 요구를 무방비 상태에서 받게 되는 것이다. 베드로는 바로 순종하지 않고 “밤이 맞도록 수고”하였다고 말하며, “잡은 것이 없지마는”이라고 두 가지 이유로 변명을 하지만, 모든 무리가 쳐다보고 있고, 안면이 있는 예수님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베드로가 “말씀에 의지하여”라고 말한 것은 베드로의 인간적인 결단에 포인트가 있지 않다. 베드로의 신앙적 결단에 주목하면, 인간적인 결단이 마치 하나님의 역사와 기적을 불러 오는 것 같은 오류를 범한다.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기적을 경험했고, 예수님을 예전에 만났고 말씀을 들었지만, 예수님께 나오지 않는 베드로를 찾아오신 예수님의 선택과 은혜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 본문은 예수님께서 어떻게 죄인인 인간을 선택하시고 찾아오셔서, 말씀하시고 제자로 삼아서, 참된 진리를 알게 하시는지 놀랍고 또 놀라운 그분의 부르심에 집중해야 한다. 비단 베드로뿐만 아니라, 오늘날 선택받은 하나님의 자녀들은 베드로와 똑같은 과정을 통해서 부름을 받았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베드로보다 더 완악한 모습으로 복음을 거절하다가 하나님의 예정된 선택으로 부름 받고 자녀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한한 영광과 찬양을 올려 드려야 한다.
누가복음 5:1-11
1 무리가 몰려와서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새 예수는 게네사렛 호숫가에 서서
2 호숫가에 배 두 척이 있는 것을 보시니 어부들은 배에서 나와서 그물을 씻는지라
3 예수께서 한 배에 오르시니 그 배는 시몬의 배라 육지에서 조금 떼기를 청하시고 앉으사 배에서 무리를 가르치시더니
4 말씀을 마치시고 시몬에게 이르시되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
5 시몬이 대답하여 이르되 선생님 우리들이 밤이 새도록 수고하였으되 잡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 하고
6 그렇게 하니 고기를 잡은 것이 심히 많아 그물이 찢어지는지라
7 이에 다른 배에 있는 동무들에게 손짓하여 와서 도와 달라 하니 그들이 와서 두 배에 채우매 잠기게 되었더라
8 시몬 베드로가 이를 보고 예수의 무릎 아래에 엎드려 이르되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하니
9 이는 자기 및 자기와 함께 있는 모든 사람이 고기 잡힌 것으로 말미암아 놀라고
10 세베대의 아들로서 시몬의 동업자인 야고보와 요한도 놀랐음이라 예수께서 시몬에게 이르시되 무서워하지 말라 이제 후로는 네가 사람을 취하리라 하시니
11 그들이 배들을 육지에 대고 모든 것을 버려 두고 예수를 따르니라
편집자 주: 필자 장상태 목사는 좋은우리교회를 담임하고, 튤립성경연구 섬김이, 디다스코 출판사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장상태 목사 jangsst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