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이단 피해자들
신피연, 스터디 모임 지속해서 진행할 예정
교리비판은 이단 사이비 대처에 중요한 영역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심리상담, 법률적 대처도 교리비판 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한국교회의 이단 대처는 교리비판에 대부분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리비판에 능숙한 피해자는 많지만, 이단 사이비의 불법적 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공세는 미비한 현실이다.
신천지피해가족연대(대표 김석수) 회원들이 이단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스터디 모임을 진행했다. 신피연 관계자는 “가족이 신천지에 빠지면 어떻게 대응하고 대책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잘못되거나 부적절한 대책으로 소송 등의 이차 피해를 보기도 한다. 피해자들은 올바른 대책에 대해 스스로 그리고 함께 공부할 필요가 있다”라고 모임의 취지를 설명했다.
▲ 스터디 모임에 참석한 신피연 회원들
|
주제는 신천지 신학원의 불법성 문제
10월 27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모임의 주제는 ‘신천지 신학원의 학원법 저촉 여부’다. 신천지로 들어가는 첫 관문인 신학원이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에 저촉되는지를 고민해보았다. 과거 신천지대책전국연합과 신천지 피해자들이 두 차례나 신학원을 고발했지만 모두 불기소 되었는데, 그 이유와 불기소 처분 과정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살펴보았다.
신피연 회원들은 참석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주입식보다는 상황극으로 모임을 진행했다. 두 사람이 각각 사건을 기소한 검사와 신천지 측 변호인 역할을 맡아, 검사 측은 신천지 신학원이 왜 학원법에 저촉되는지를 설명하고, 변호인 측은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상황극을 끝내고 논쟁이 된 부분을 관계 법률을 찾으며 되짚어 보았다.
신천지 신학원은 학원법에 저촉될까?
학원법상 학원은 ‘10인 이상의 학습자(혹은 불특정 다수)에게 30일 이상 학습장소로 제공되는 시설’을 의미한다. 신천지 신학원은 일반적으로 6∼7개월 과정이고 인원은 20명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원법상 학원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두 차례의 고발이 불기소 처분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불기소. 지난 2007년, 신천지 피해자들은 수원지방검찰청에 신학원을 단속하라며 고발 조치했다. 사건을 맡은 과천경찰서는 안양과천교육지원청에 신천지 신학원의 학원법 적용 대상 여부를 질의했다. 안양과천교육지원청은 신학원이 내부교육기관인 동시에 종교교육이기 때문에 규제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고, 검찰은 불기소 처분했다.
한 해 뒤인 2008년에는 신대연의 민원을 받은 서울 서부교육청이 신천지 신학원은 학원법 적용대상이라고 판단해 서대문구 충정로에 있는 신학원을 고발했다. 그런데 같은 빌딩에 신천지 위장교회가 있었고 검찰은 “신학원은 같은 빌딩에 있던 교회의 소속이며 소속 신도들이 교리를 공부하는 곳으로 확인했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두 차례 불기소의 중심에는 안양과천교육지원청과 검찰이 신학원을 신천지 신도를 교육하는 내부 기관으로 봤다는데 있다. 이 지점이 잘못되었다. 신천지 신학원은 내부교육 기관이 아니다. 신천지 규약에는 신도를 ‘신학원에서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 및 이에 준하는 자격을 획득한 자’로 규정한다. 신학원 수강생은 신도가 아니라는 뜻이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종교교육이기 때문에 단속할 수 없다는 안양과천교육지원청의 입장이다. 헌법재판소(2000. 3. 30 헌바14전원재판부)는 “종교교육이라 할지라도 학교나 학원의 형태로 행하는 것에 대하여 방치할 경우, 여러 사회적 폐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설립인가나 등록제로서 최소한의 규제하는 것이 공익을 보호하기 위한 사익의 제한이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교육부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근거해 “종교교육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학교나 학원이라는 교육기관의 형태를 취할 경우에는 교육법이나 학원법상의 규정에 의한 규제를 받게 된다”라고 법령을 해석하기도 했다.
1995년, 서울 서부교육청은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신학연구원’이 학원법 및 고등교육법(당시 교육법)에 의거, 인가받지 않고 설립, 운영했다며 폐쇄하라고 명령했다. 연구원의 불복으로 헌법소원까지 사건이 진행되었으나 결국 연구원은 패소했다.
당시 대법원은 “헌법상의 종교의 자유에는 특정 종교단체가 그 종교의 성직자와 교리자를 자체적으로 교육시킬 수 있는 종교교육의 자유도 포함되지만, 그 종교교육이 종교단체 내부의 순수한 성직자 또는 교리자 교육과정으로 행하여지는 것이 아니라 구 교육법(1997. 1. 13. 법률 제52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상의 학교나 학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상의 학원의 형태를 취하는 경우에는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교육기관의 설립에 일정한 설비·편제 기타 설립기준 등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는 구 교육법과 학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의 규제를 받게 되고, 이러한 구 교육법과 학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상의 규제를 들어 헌법상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평등의 원칙 등에 위배된 것이라고 할 수가 없다”고 판시했다.
학원법에 대한 오해
학원법에 대한 두 가지 대표적인 오해가 있다. 첫 번째가 수강료 문제다. 수강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학원법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수강료는 학원의 요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둘째는 비밀교육에 대한 내용이다. 신천지가 비밀리에 교육을 하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주장한 피해자도 있지만 이는 도덕적, 윤리적 지탄의 대상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스터디를 기획한 신피연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필요 때문에 시작한 모임이니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지속적이고 심도 있는 모임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조믿음 기자 bareunme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