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세탁, 신도 단속, 재정 확보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표자 이만희)은 위장단체 HWPL(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을 앞세워 매년 평화를 키워드로 한 대형 행사를 개최한다. 올해는 9월 17일과 18일,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18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도 동시에 행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안산도시 공사 측이 대관을 취소해 무산됐다. 많은 이들이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의 대관 취소를 위해 목소리를 내지만 인천시설관리 공단 측은 대관 취소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만국회의를 위해 이만희 씨를 포함한 신천지 수뇌부는 세계 각국을 다니며 자신들을 평화 단체, 평화 운동가라고 소개한다. 신천지는 왜 ‘평화’를 전면에 내세운 걸까?
이미지 세탁
신천지로 인해 발생하는 가정파괴, 학업 포기, 집단폭행 등의 반사회적인 문제가 언론을 통해 지속해서 알려지고 있다. 이젠 교계를 넘어서 사회에서도 신천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신천지가 건축을 시도하면, 해당 지역은 기독교연합이 아닌 신천지대책범시민연대가 조직된다. 최근 몇 년간 신천지가 공들였던 건축이 번번이 무산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신천지는 건축을 불허한 익산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은 대법원에까지 올랐다. 대법원은 신천지의 건축으로 인해 극심한 지역사회의 갈등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익산시의 결정이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신천지의 건축 시도에 치명타가 되는 판례로 남았다.
신천지 입장에서는 정통교회의 교리적 정죄보다 사회적 공신력 저하가 더 큰 타격이다. 최근 신천지가 평화행사와 봉사활동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는, 자신들을 향한 부정적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해서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변신’이 아닌 ‘세탁’이다(가족이 끝까지 신천지로 오지 않으면). “갈라지라”는 이만희 씨의 가르침은 신도들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이들이 최근 시위에서 지나치게 교리 비교를 앞세우는 이유도 사회적 공신력 확보의 연장선에서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정상적인 단체지만, 정통교회로부터 교리적인 정죄를 당했을 뿐”이라는 주장은 정통교회를 향한 불신이 최고조에 이른 지금, 신천지의 좋은 선전도구다.
사회적으로 자리 잡기 위한 카드, 통일교 따라잡기
한국 사회에는 평화를 내세워 자리 잡은 집단이 있다. 통일교다. 문선명 씨는 생전에 자신을 평화운동가로 지칭했다. 하나님의 뜻은 평화지만, 종교 간의 갈등이 이 땅의 평화를 헤친다는 게 문 씨의 주요 주장. 그는 1950년대에 통일교를 창시한 이후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평화를 앞세워 세계 각국의 주요 인사들과 접촉했다.
이만희 씨 역시 종교 간의 갈등이 평화를 헤친다고 말한다. 이 씨는 전 세계의 종교를 대통합하겠다는 허황된 주장을 펼치는데, ‘평화 아래 한 종교’를 외쳤던 문선명 씨의 활동을 답습하는 셈이다.
한편, 신천지는 교리 역시 통일교의 영향을 받았다. 신천지의 첫 교리서인 『신탄』의 두 저자 중 한 명인 김건남 씨는 통일교 분파 출신이다. 물론 한국의 많은 교주가 사이비를 전전하며 배운 교리를 짜깁기했기 때문에, 대부분 유사한 교리를 가진다,
교리변개에 따른 신도 단속
신천지의 평화행사에는 많은 외국인이 초청된다. 외국인들의 참석은 신도들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신천지는 매년 1월 1일 표어를 제시해 한 해의 목표를 설정한다. 2014년을 시작하며 ‘흰 무리 창조’라는 표어를 걸었다. 신천지는 요한계시록 7장 9절의 ‘흰 옷을 입고 나오는 아무도 능히 셀 수 없는 큰 무리’를 ‘흰 무리’라고 부른다. 이들은 인 맞은 신도 14만 4천이 채워지면 하늘의 순교한 영혼들과 합일한다고 믿는다. 신천지의 가장 핵심교리인 신인합일이다. 신일합일이 이뤄지면 회개하고 돌아오는 존재가 흰 무리다. 신천지 교리대로라면 흰 무리는 저절로 몰려들지 창조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흰 무리 숫자가 정해진 것도 아니다. 흰 무리 창조는 추상적인 개념이다.
신천지가 흰 무리 창조를 내세운 시점을 주목해야 한다. 신도 수 14만 4천이 가시권에 들어온 2014년 이었다. 신도들은 오로지 14만 4천만 바라보며 인생을 바쳤다. 하지만 14만 4천이 채워져도 신인합일이 이뤄지지 않을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신천지 수뇌부는 교리 변개의 타이밍을 고민했을 것이고, 14만 4천이 채워지기 직전인 2014년으로 설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흰 무리 창조에 신도들은 “아멘”으로 화답했지만, 신도 14만 4천이 채워져도 흰 무리가 창조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인합일이 없다는 한마디로 자신들의 인생을 더욱 허비하게 만든다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한 듯하다. 흰 무리 창조를 내세운 순간, (물론 처음부터 없었지만) 영생이 날아갔다는 사실을 신도들만 모른다.
신천지 수뇌부는 “외국에서 흰 무리가 몰려든다”고 가르치기 시작했다. 즉 평화행사에 참석하는 외국인들을 흰 무리로 지칭한 셈이다. 신도들은 그들을 보여 “흰 무리가 몰려온다”는 착각에 빠진다. 행사에 참석하는 외국 인사들이 전직 대통령이든 현직 장관이든 간에 그들은 변개된 신천지 교리를 확증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재정 확보
신천지는 각종 행사 모습 등을 DVD로 제작해 신도들에게 판매한다. 올해 행사에는 티셔츠를 장당 1만 1천 원에 판매했다. 단체 티셔츠 가격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비싸다. 희망신도에게 판매한다지만 많은 신도들이 사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신현욱 소장(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 협회 구리상담소)은 2014년 신천지의 행사가 “막대한 재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수입원이 되고 있다”는 글을 「기독신문」에 게재했다. 당시 신 소장은 “종교대통합만국회의 기금 명목으로 약 100억 원 이상이 모금되었고, 행사 이후 전 신도들에게 반강제적으로 판매되는 책자와 DVD(개당 1만 원〜1만 5천 원) 등 각종 행사 홍보물 판매 수익금은 떨치기 어려운 유혹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신천지는 만국회의를 통해 국제법을 제정하겠다는 주장을 펼친다. 국제법의 사전적 정의는 “국가 간에 명시되거나 묵시된 합의를 기초로 형성된 법”이다. 대표적인 국제법에는 조약이 있는데, 양자조약과 다자조약으로 나뉜다. 양자조약은 두 국가 간의 조약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양자교섭과정을 통해 제정된다. 다자조약은 세 나라 이상의 다수 국가가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다. UN 등 국제기구의 회의를 통해 제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한적으로 일부 국제기구도 국제법을 제정할 권한을 가진다.
정부 기관 관계자는 “국제법 제정의 주체는 기본적으로 국가다. (국제법 제정은) 국가가 개입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국가의 대표로서 공식적으로 권한을 인정받는 사람들, 즉 현직 국가 원수 혹은 국내법의 절차를 따라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들이 참석하지 않으면, 국제법 제정은 실현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라고 전한다.
신천지 입장에서는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이유가 없다. 당장 부정적 이미지도 걷어내야 하고, 교리변개에 따른 신도 단속 역시 필요하다. 게다가 재정을 확보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 신천지 피해자들이 만국회의가 아닌 ‘망국회의’ 혹은 ‘국제적 사기 행사’라고 부르는 이유다.
조믿음 기자 jogog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