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보이스 피싱, 다단계, 사이비 종교의 공통점은?
누가, 얼마나, 정교하게 사람을 속였는가!
사이비 종교(이하 사이비)의 허황된 교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왜 빠지는지 모르겠다는 의문을 낳는다. 성범죄자 혹은 범죄자를 시대의 구원자로 믿거나, 자신의 전 재산을 바치는 행위 등은 상식적이지 않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지점이 있다. 사이비에 빠지는 원인은 허황된 교리에만 있지 않다.
사이비는 사람의 심리나 처한 상황과 환경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관계에 취약한 이들에게는 관계로, 가정에 문제가 있는 이들에게는 가정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존재로 다가간다. 사이비에 빠진 사람 중 처음부터 그들의 교리를 믿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교리를 받아들일 수 있는 관계 혹은 그 외의 심리적인 요인들이 작용한다.
보이스 피싱, 다단계, 사이비는 심리학에서 사람을 속고 속이는 문제를 다루며 평행선상에 놓는 주제들이다. 보이스 피싱, 다단계, 사이비의 공통점이 뭘까? ‘사기’다. 보이스 피싱을 예로 들어 사이비의 문제를 설명할 수 있다.
보이스 피싱 범죄 수법이 많이 알려지고 경각심이 높아져서 피해가 줄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반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전화 사기로 인한 피해액 규모는 약 4,440억 원. 연간 피해자는 5만여 명으로 하루 평균 134명이 전화사기 피해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액은 전년대비 82.7%가 늘어난 수치다. 보이스 피싱 피해가 심각해지면서 정부 차원의 공익 광고도 만들어지며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피해자와 피해액은 늘고 있다.
60대 이상의 연령층이 보이스 피싱에 취약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60대 피해자와 20-30대 피해자 숫자와 피해액이 비슷하다. 20-30대 피해자가 적을 것이라는 추측은 편견에 불과하다. 날이 갈수록 피해자가 늘고 정보력이 뛰어나다는 20-30대도 보이스 피싱 피해에서 예외가 아닌 현실은, 보이스 피싱 범죄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사이비나 다단계도 마찬가지다. 결말은 황당하고 허무맹랑하지만, 끝이 아닌 과정. 이 과정이 중요하다. 누가, 얼마나 정교하게 사람을 마음을 사고 속였는가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기꾼이든. 다단계 판매원이든, 사이비 신도든 불특정 다수에게 접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관계를 맺으며 등급을 나누기 마련이다. 사이비는 대상자를 선정해 A, B, C 등급으로 나눠 포교가 잘 될 것 같은 사람과 잘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구분한다. 포교가 용이한 사람은 누구일까?
미국의 공신력 있는 기독교 상담기관인 New Life Clinics의 설립자 스티븐 아터번은 잭 펠톤과 함께 저술한 『해로운 신앙』에서 해로운 신앙에 빠지기 취약한 자들이 가지는 공통점을 언급한 바 있다. 엄한 부모 밑에서 자란 자, 실망 경험이 있는 자, 자존감이 낮은 자, 학대 피해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속한 가정이나 공동체에서 제대로 된 돌봄과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받아 본 적이 없는 돌봄과 사랑을 주는 것처럼 접근하는 사이비의 밀착은 이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사이비에 빠진 사람 모두가 이런 환경에서 자란다는 뜻은 아니지만 주된 요인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못한다.
해답은 공동체다. 사이비는 교리 이전에 사람의 마음이 빼앗긴 문제다. 사이비에 빠진 수많은 사람이 대부분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었다. 사이비에 빠지는 일차적인 책임은 본인에게 있지만 그들이 가진 상처와 아픔을 교회는 얼마나 품어주었는가. 사이비에 빠지는 사람들만 탓할 것이 아니라 내가 속한 공동체가 아픔을 가진 자를 회복시킬 수 있는 힘이 있는지 얼마나 돌아보았는가. 교회가 건강을 회복할수록 사이비에 빠지는 사람들은 줄어들 것이라 확신한다.
오늘도 사기꾼들은 교회 안에 소외되고 홀로된 자들을 미혹하기 위해 우는 사자처럼 달려든다.
조믿음 발행인 bareunme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