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종교가 체제를 유지하는 방법
신천지와 하나님의교회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종교를 빙자해 허황된 교리를 설파하는 동시에 반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때 사이비 종교(이하 사이비)라고 부른다. 현재 대한민국은 사이비 교주의 숫자를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신도도 매년 수만 명씩 증가하는 추세다.
사람들은 사이비에 빠진 신도들이 가족을 등지면서까지 시간과 물질을 바치는 모습을 보면서, ‘왜 저렇게 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이비는 단순한 상식적 접근이 아닌 중독과 세뇌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관련 기사: 중독과 세뇌의 관점에서 본 사이비 종교, https://c11.kr/vqt). 사이비는 중독과 세뇌를 기반한 메커니즘 속에서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한다.
흥미로운 점은 각 사이비가 체제 유지를 위한 선택한 방법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는 데 있다. 먼저 공통점. 황당한 교리와 사회적 일탈이라는 기본 골격을 가진 사이비라면 어떤 곳이든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관계
사이비는 애초에 교리보다는 관계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종말의 일자를 안다거나, 한국 땅에 살아있는 어떤 사람이 구원자라고 밝힐 수는 없기 때문이다. 친구는 기본이고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을 이용하거나 때로는 이성으로 다가온다. 소위 독박육아에 지친 엄마들을 찾아다니며 집안일을 해주는 등 포교 대상자의 필요를 채워준다. 어차피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긍정적인 만남은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고 마음을 열게 한다.
사이비 신도들은 진리로 무장해 있다는 교리적 동질감에 사이비라고 핍박받는다는 피해의식까지 더해진 독특한 형태의 끈끈한 결속력을 지닌다. 사이비의 교리가 잘못된 것을 알고도 그곳의 사람들이 그리워 다시 사이비로 돌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관계’가 교리만큼 때로는 그 이상으로 사이비를 유지하는 견고한 지탱점이라는 방증이다.
교리와 공포심
교리는 사이비가 유지되는(혹은 사람들이 사이비에 빠져있는) 중요한 이유다. 특정 사람을 구원자로 믿지 않는다면, 특정 날짜에 종말이 온다고 믿지 않는다면, 어떤 조건을 채움으로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면 굳이 그 단체에 시간과 몸을 바칠 이유가 없다. 앞서 언급한 관계 때문에 사이비에 남아있는 사람은 물질과 시간을 맹목적으로 바치지 않는다.
사이비는 교리를 이용해 신도들에게 공포심을 조장한다. 종말의 일자를 정하거나, 구원의 탈락 가능성을 제시하며 신도들을 옥죄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중독과 세뇌의 관점에서 본 사이비 종교’ 기사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공포심은 그것을 해결해 줄 것 같은 단체 수뇌부에 더욱 의존하는 현상을 불러온다. 수뇌부는 공포와 이완을 적절하게 활용함으로 보상독점구조, 즉 신도가 느끼는 갈급과 공포를 사이비 안에서만 해결 가능하도록 만든다. 신도는 외부에서 공포심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계속 사이비에 남을 수밖에 없다.
신천지와 하나님의교회를 통해 살펴본 차이점
관계와 교리가 기본 골격이라면 사이비는 각 단체의 특성에 따라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 한국 사회에 가장 큰 교세를 갖추고 많은 피해를 양산하는 신천지와 하나님의교회를 각각 살펴보면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신천지의 실상교리와 대형행사
신천지의 캐치프레이즈는 “말씀대로 이루었다”이다. 신천지에는 요한계시록의 비유, 상징 등을 신천지 역사에 대입해 풀어내는 일명 실상교리가 존재한다. 쉽게 말하면 ‘요한계시록 몇 장, 몇 절의 기록된 이야기는 신천지에서 언제 일어났던 사건’이라는 조잡한 짜깁기 식 성경풀이다. 신천지 신도들이 근거 없는 교리적 자신감에 사로잡혀 정통교회를 향해 교리비교를 하자고 달려드는 이유다.
실상교리는 계속 변개되어 왔다. 그럼에도 다수의 신도가 여전히 실상교리에 목매는 이유는 실상교리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신천지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20대 젊은 청년 중 다수는 실상교리를 줄줄 꿰기보다 ‘실상=진리’라는 대명제에만 동의하고 있을 뿐이다. 이 대명제가 말씀대로 이루었다는 캐치프레이즈를 완성하는 정점이기 때문에 신천지를 유지하는 근거가 된다.
▲ 신천지 위장 평화 단체 HWPL이 주관하는 평화행사 참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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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신천지가 공들여 진행해온 평화행사는 신천지를 유지하는 또 하나의 주요한 요인이다. 신천지는 신도 14만 4천 명이 채워지면 신천지 시대가 열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도 수는 이미 20만 명에 육박한다. 신도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심어야 하는 지점에서 신천지는 평화행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거의 모든 신도가 투입되어 진행되는 대형 평화행사는 최근 몇 년간 신천지를 유지하는 가장 큰 힘이었다. 행사에는 신천지의 교리는 물론 신도들을 단속하고 결속력을 높이려는 수뇌부의 속내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신천지의 평화행사에는 많은 외국인이 초청된다. 외국인들의 참석은 신도들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신천지는 요한계시록 7장 9절의 ‘흰 옷을 입고 나오는 아무도 능히 셀 수 없는 큰 무리’를 ‘흰 무리’라고 부른다. 이들은 인 맞은 신도 14만 4천이 채워지면 하늘의 순교한 영혼들과 합일한다고 믿는다. 신천지의 가장 핵심교리인 신인합일이다.
신일합일이 이뤄지면 회개하고 돌아오는 존재가 흰 무리다. 신천지 수뇌부는 대형행사를 기획하며 “외국에서 흰 무리가 몰려든다”라고 가르치기 시작했다. 평화행사에 참석하는 외국인들을 흰 무리로 지칭한 셈이다. 행사에 참석하는 외국 인사들이 전직 대통령이든 현직 장관이든 간에 신도들에겐 신천지 교리를 확증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신도들은 그들을 보여 “흰 무리가 몰려온다”는 착각에 빠진다.
신도들은 수만 명이 사람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군중심리로 인한 심리적 안정감을 누린다. ‘이 많은 사람이 함께 하고, 외국의 유명인사들이 찾아오는 데 진리가 아니라고?’ 사이비는 편향된 집단지성의 최악의 예다.
하나님의교회가 주장한 시한부종말
하나님의교회는 1988년부터 2012년 사이에 수차례 종말이 온다고 주장했다. 특이점은 종말을 주장하면서 건물을 지속해서 건축 혹은 매입을 해왔다. 종말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12년에는 전국 29곳에 건물을 세웠다. 모순이다.
▲ 대전 하나님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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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교회는 교리로 모순을 극복했다. 하나님의교회는 종말을 이용해 신도들에게 공포감을 심는 동시에 도피처를 제시했다. 도피처는 ‘시온’ 즉 하나님의교회다. 신도들은 ‘북방에서 큰 재앙과 멸망이 시작되면 시온으로 도피하라’고 교육받아왔다. 탈퇴자들에 따르면 ‘북방’은 ‘북한’을 뜻하고 핵 도발을 기점으로 재앙이 시작되는데, 이때 하나님의교회 건물로 도피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도피처 건축은 신도들의 재산을 갈취하는 좋은 명분이었다. 신도들은 “종말이 오므로 재물을 땅에 두기보다 하늘에 소망을 두라.”, “하나님께 제일 큰 축복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님의 성전을 짓는 데 필요한 자금을 드리는 것”이라는 설교를 반복적으로 들었다. 적금과 보험 해약은 물론 자가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월세로 집을 옮기면서까지 헌금하는 신도들도 있었다. 건축헌금은 하나님의교회 재정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건축헌금이 십일조 보다 일만 배 이상인 지역도 종말은 지난 수십 년간 하나님의교회를 지탱한 가장 강력한 동력이었다.
문제는 종말의 실패다. 하나님의교회피해자가족모임(하피모) 회원들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하나님의교회 앞에서 시위를 해왔다. 자연스럽게 출석 신도 수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피해자들의 현장조사와 탈퇴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2000년 중반 이후 하나님의교회 교세는 급격히 줄었다는 결론에 이른다. 종말의 실패가 불러온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이비는 수뇌부가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 근간을 찾아 비판하고 폭로하는 일이 효과적인 사이비 대처법이다.
조믿음 기자 bareunme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