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공익을 위한 사실 적시로 마무리되며 피고소인에게 무죄가 선고되었다. 이 문장 하나에 몇 가지 뜻이 내포되어 있다. 첫째, 고소인이 거짓말을 하며 악의적인 소 제기를 했다는 점, 둘째, 경찰과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았거나 혹은 고소인에게 기망을 당해 잘못된 판단을 했다는 점이다.
정통교회 전도사라고?
신천지 피해자 A 씨는 2016년 2월,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성은교회 앞에서 “이곳은 신천지 위장교회”라고 집회를 했다. A 씨는 시위 당시 찍은 사진을 바로알자사이비신천지카페(http://cafe.naver.com/soscj)에 게시하며 “거짓과 속임수의 달인들”, (얼굴 모자이크 후) “이자가 총신대 나왔다고 사기 치는 자입니다. 이곳에서 전도사라고 신분 사칭하고 노략질하는 입이 더럽고 욕도 잘 하는 자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성은교회 전도사라고 주장했던 B 씨는 A 씨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A 씨는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에 처했고, 결과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변경된 공소장, 피해자는 무죄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7월 13일, 피해자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먼저 재판 중에 공소장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에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변경되었다. 고소인 B 씨는 ‘성은교회는 신천지 위장교회가 아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한국제일보수총회 총회신학연구원에서 1년간 교육을 받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간판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측 로고를 달고 있었던 성은교회는 예장합동 소속이 아니라고 밝혀졌고, 고소인은 한국제일보수총회 총회신학연구원을 다녔던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다수의 성은교회 탈퇴자들이 성은교회가 신천지 위장교회라고 진술했다. 판사는 공소장을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변경하라고 지시했다.
형법 제310조(위법성의 조각)에는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형법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서울남부지법은 ▲피고인이 글을 게시한 카페는 신천지 교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신천지 위장교회를 알려 신천지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운영하는 카페인 점 ▲성은교회는 교회 간판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교단 로고를 부착했으나 소속 교단이 아닌 점 ▲성은교회를 다니다 나온 복수의 신도들이 성은교회가 신천지 위장교회라고 진술 한 점 ▲성은교회 목사는 신천지의 교리를 공부한 적이 있고, 피해자(편집자 주: 고소인)는 목사로부터 신천지 교리를 배운 적이 있는 점 ▲피해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한국제일보수총회 총회신학연구원에서 1년간 교육을 받고 전도사로 일하고 있다고 했지만 피해자는 위 신학연구원을 다닌 사실이 없는 점 ▲피고인이 게시한 글 중 ‘사기 치는’, ‘노략질하는’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표현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이 사건 글의 전체적인 내용이 사실에 부합되는 것으로 피해자에 대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게시한 이 사건의 글이 다소 과장되거나 부적절한 표현이 일부 포함되어 있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예장합동 측 로고를 무단으로 사용한 신천지 위장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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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검찰, 이 사건 제대로 조사했나?
고소인의 거짓말이 재판을 통해 드러나면서 신천지 피해자들은 경찰과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한 것이 맞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례로 성은교회가 합동 측 로고를 달고 있었던 사실과 고소인이 교육받았다고 주장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해당 기관에 한 번만 전화해도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이 과정에서 고소인의 거짓 주장이나 성은교회의 위장 여부 등은 쉽게 드러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사건이 약식명령이 내려지고 재판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은 경찰과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았거나 혹은 고소인의 거짓말에 기망 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죄를 선고받는 신천지 피해자 A 씨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많았다고 생각한다”라며 “고소인이 법정에서 위증을 많이 했다. 단순 위증이 아닌 모해위증으로 고소할 예정이다. 피해자들을 향해 거짓 고소를 남발하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모해위증은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하여 피고인·피의자 또는 징계혐의자를 모해할 목적으로 법정에서 법률에 따라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을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형법 152조 2항)다. 모해위증이 인정되면 10년 이하의 징역이 선고된다.
조믿음 기자 bareunme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