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퇴자 끌어안고 걸어온 길, 사기죄 고발로 방점 찍나
▲ 분당 이매동 하나님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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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교회피해자가족모임(하피모)은 하나님의교회에 아내를 빼앗긴 남편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한국과 해외에서 하나님의교회를 상대로 각개전투하던 이들이 SNS를 통해 만나 약 3년 전, 하피모를 만들었다. 피해 남편들은 가출한 아내들을 함께 찾으러 다녔고, 하나님의교회가 제기하는 각종 민·형사상의 소송을 공동으로 대처했다.
하피모 회원들은 누구보다 현장에서 하나님의교회 신도들과 탈퇴자들을 많이 만났다. 특히 하피모 운영진은 교리, 활동 유형, 탈퇴자들을 수년간 면밀하게 분석했다. 하피모 운영진을 만나 하나님의교회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대처해 왔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탈퇴자를 끌어안았다
하피모는 탈퇴자를 보듬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하나님의교회 고위직과 당회장, 사모, 장년, 청년, 청소년 등 탈퇴자라면 가리지 않고 매달 정기적으로 이들과 모임을 했다. 하피모 관계자는 “(하나님의교회 혹은 사이비종교 대처에 있어서) 핵심은 탈퇴자”라며 “내부의 상황을 잘 아는 탈퇴자들이 모일 때 하나님의교회(혹은 사이비종교)는 두려워한다. 탈퇴자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내부 상황과 피해에 대한 진술과 증언을 확보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추후 법적 싸움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전한다.
하피모는 탈퇴자들의 탈퇴 계기가 제각각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교주와 총회에 대한 실망이었다. 하피모 관계자는 “교주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의심이 시작된다. 그러던 중 교주에게 인간적인 실망을 하면 탈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한다.
교주를 믿지 못하게 만들자!
하피모 관계자는 사이비 종교는 성경을 믿는 게 아니라 ‘교주’를 믿는다고 말한다. 성경은 교주를 신격화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뜻이다. 일례로 한 사이비 단체의 강사는 성경을 통해 구원자를 찾았으니 성경은 필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신도들에게 교육한 바 있다. 때문에 성경으로 반증 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고 말한다. 교주는 성경도 다시 쓸 수 있는 존재라고 믿는 신도들에게 성경만으로 만든 반증 교리는 한계가 있다.
하피모는 탈퇴자들을 통해 가장 큰 반증은 ‘교주를 믿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나님의교회 신도들이 교주를 믿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연구해 실행에 옮겼다. 신도들이 ‘하나님’으로 믿는 존재가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데 집중했다. 동시에 수뇌부가 신도 단속을 위해 해온 거짓말도 지적했다.
그중 네 가지가 신도들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첫째, 시한부 종말론을 감추려 한 문제다. 하나님의교회는 1988년과 1999년, 2012년에 종말이 온다고 주장했지만, 1988년과 1999년의 종말 주장을 신도들에게 감추려 했다. 비교적 최근에 입교한 신도들은 하나님의교회가 1988년과 1999년 종말을 주장한 적이 없다고 배웠다. 하나님의교회는 자신들은 종말을 주장한 적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고, 종말을 주장한 증거가 속속들이 나왔다.
▲ 하피모는 시위를 통해 하나님의교회의 반사회성과 모순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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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안상홍의 무덤 문제다. 안 씨는 아내 황 모 씨와 경상남도 양산 석계공원묘원에 나란히 묻혀있다. 신도들에게 안상홍은 하늘로 승천한 존재이지 땅에 묻혀있는 존재가 아니다. 하피모가 안상홍의 무덤을 신도들에게 알렸을 때, 신도들은 크게 동요했고 이탈자들이 발생했다고 한다.
셋째, 어머니 하나님 장길자의 이혼 사실이다. 하피모 회원들은 하나님의 교회 앞에서 “어떻게 이혼녀가 하나님이 될 수 있느냐”라고 외쳤다. 신도들은 당황했다. 장길자 씨가 이혼은커녕 결혼도 하지 않은 줄 알았던 신도들이 많이 탈퇴했다.
▲ 하피모 회원의 일인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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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시위에 대한 거짓말이다. 하나님의교회는 하피모의 시위를 막기 위해 소송을 남발했다. 일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자 하나님의교회는 신도들에게 하피모가 시위를 하지 못한다고 했다. 일부 피켓의 문제였지 시위 자체를 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하피모는 한 달간 시위를 멈췄다. 의도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수뇌부는 신도들에게 우리가 승리했다는 듯이 설교했다고 한다. 한 달 뒤, 하피모의 대대적인 시위가 이어지자 신도들은 당황했다. 장길자 씨가 하피모는 시위를 못 한다고 말하면 그 말이 곧 믿음의 대상이요 교리다. 하피모의 시위 재개는 자신들의 ‘신’의 이야기가 거짓말 혹은 틀리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도들은 당연히 실망과 의심을 하게 된다. 실망과 의심이 파고들 때, 탈퇴자들과 함께 만든 반증 교리를 제시하면 상당한 효과가 있다.
종말론과 가정파괴 교리, 하나님의교회를 이루는 두 축
하피모 운영진들은 하나님의교회를 이루는 두 축을 ‘시한부 종말론’과 ‘가정 파괴 교리’라고 진단했다. 종말로 공포심을 심고 재산을 헌납 받는 동시에 하나님의교회 신앙을 반대하는 이들을 마귀 혹은 대적자(편집자 주: 대부분의 사이비 종교는 자신들의 신앙에 반대하는 이들을 대적자라고 부른다. 가족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가르쳤다. 재산 피해와 이혼, 가출이 속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피모는 종말론과 가정을 파괴하는 교리가 하나님의교회 교세 확장의 축이라면, 반대로 이 두 교리가 없으면 하나님의교회 신도가 증가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하피모는 두 교리를 ‘악성 교리’라고 부르며 악성 교리가 순화되면 하나님의교회는 자연스럽게 와해된다고 진단한다.
먼저 시한부 종말론은 시간이 해결해 주었다. 하나님의교회의 시한부 종말을 주장은 모두 실패했다. 세 번이나 실패한 시한부 종말을 다시 주장하기란 하나님의교회 입장에서도 상당히 부담스럽다. 실제 하나님의교회는 종말 대신 ‘70억 인류 구원’을 내세웠다. 하피모 관계자들은 하나님의교회가 70억 구원을 공표하는 순간 신도들이 많이 이탈했다고 말한다.
두 번째는 가정 파괴 교리다. 하나님의교회는 자신들이 가족을 마귀 혹은 대적자로 가르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하피모 회원들의 민사 소송에서 그러한 교리가 가르쳤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때문에 하피모 회원들은 민사 소송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자연스레 하나님의교회는 이 교리를 가르치기 어렵게 되었다. 결국, 하나님의교회는 단체를 지탱해 온 두 축을 잃어버린 상황이다.
하피모는 현재 가장 중요한 소송을 목전에 뒀다. 7월 27일(목) 장길자 씨와 김주철 씨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 믿지도 않으면서 종말을 주장해 신도들에게 재산을 헌납 받아 피해자를 양산했다는 취지다. 한국 이단 사이비 역사에 획을 그을 수 있는 판결을 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믿음 기자 jogog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