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익 목사의 십계명 바르게 이해하기(9)
저는 살인한 적 없습니다.
제6계명은 “살인하지 말라”입니다. 이 계명을 들을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저는 살인한 적 없습니다. 앞으로도 할 가능성은 없는 것 같은데요. 이 정도 지키는 거야 아무 문제 없습니다.” 대개 이런 식의 생각입니다.
사실 살인하지 말라는 명령은 굳이 하시지 않아도 될 법해 보입니다. 살인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기에 굳이 하나님께서 명령하시지 않아도 웬만하면 지킬 겁니다. 살인은 성경이 말하지 않아도 사람의 보편 이성에 근거해 볼 때 당연히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가정과 학교 교육을 통해 따로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성장하면서 알게 되는 진리입니다.
▲손재익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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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계명을 주신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제6계명을 통해 살인을 금하셨습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그 이유는 제6계명을 통해서 “하나님이 모든 생명의 주인이심”을 깨닫게 하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더 나아가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고귀한 존재임을 가르쳐 주는데 의도가 있습니다.
이러한 의도는 “다른 사람의 피를 흘리면 그 사람의 피도 흘릴 것이니 이는 하나님이 자기 형상대로 사람을 지으셨음이니라”(창 9:6)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 구절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다른 사람의 피를 흘리면 그 사람의 피도 흘릴 것이니”라는 말씀은 제6계명에 해당합니다. 뒷부분에 해당하는 “이는 하나님이 자기 형상대로 사람을 지으셨음이니라”라는 말씀은 살인하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말씀을 통해 알 수 있는 제6계명의 의도는 “사람은 하나님이 자기 형상대로 지으신 존재”라는 것입니다. 제6계명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여러 피조물 중에서 사람의 가치가 남다르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계명입니다.
사람, 존귀한 존재
실제로 사람은 다른 피조물과 비교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을 따라” 창조되었습니다. 사람만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지식과 의와 거룩함이 있는 존재입니다(골 3:10; 엡 4:24). 사람은 다른 피조물과 달리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제6계명의 긍정명령
이런 점에서 제6계명의 긍정명령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6계명은 하지 말라는 부정명령으로 되어 있지만, 살인을 금하는 것을 넘어 사람의 생명이 다른 피조물들과 달리 중요하다는 사실을 가르쳐 줍니다. 그러므로 제6계명은 단순히 사람을 죽이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제6계명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명령이 있습니다. 바로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는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 사람의 생명과 그 가치를 인정하고 생명의 신성함을 수호하며, 육체의 건강을 보존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제6계명을 어기는 죄
제6계명은 사람을 죽이는 행위만을 금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합법적인 노력으로 사람의 생명을 보존하라는 명령입니다. 아무리 작은 부분에서라도 생명을 경시하고 소홀히 한다면 제6계명을 범하는 일입니다.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사람의 생명에 지장을 주는 모든 행위가 제6계명을 어기는 행위입니다. 그렇기에 성경이 가르치는 살은 세상에서 말하는 살인과 달리 광범위합니다. 살인이라는 실제적인 행위뿐만 아니라, 인간을 무시하는 모든 행위가 살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예수님께서 산상수훈을 통해 잘 설명해 주셨습니다.
마태복음 5장 21∼22절
21 옛 사람에게 말한바 살인하지 말라 누구든지 살인하면 심판을 받게 되리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22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를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혀가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
이 말씀의 의미는 “십계명 중 제6계명에서 살인하지 말라고 되어 있고 살인할 경우에는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되어 있는데, 살인이라는 행위만 살인이 아니라 형제에게 노(怒)하는 자, 형제에게 라가라 하거나 미련한 놈이라고 하는 자도 심판을 받게 되니 그 이유는 그것 역시 살인이기 때문이다”입니다. 또한 요한일서 3장 15절은 “그 형제를 미워하는 자마다 살인하는 자니”라고 말씀하며, 야고보서 3장 8절은 “혀는 능히 길들일 사람이 없나니 쉬지 아니하는 악이요 죽이는 독이 가득한 것이라”라고 말씀함으로써 사람이 하는 말이 곧 ‘살인’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결론
제6계명을 들을 때 많은 사람이 “저는 살인한 적도 없고 할 가능성도 없습니다”라고 생각합니다. 제6계명은 가인 같은 사람이나 범하는 죄지,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계명은 더 포괄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제6계명은 이 세상의 모든 생명 중에서도 사람의 생명이 소중함을 가르칩니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았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러므로 나와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편집자 주: 필자 손재익 목사는 한길교회(http://cafe.daum.net/hgpch)를 담임하고 있다. 저서로 『십계명, 언약의 10가지 말씀』(디다스코), 『사도신경, 12문장에 담긴 기독교 신앙』(디다스코)이 있다.
손재익 목사 bareunme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