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교주 이만희 씨가 8월 1일 새벽 구속됐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활동을 방해하고, 신천지 자금을 횡령한 혐의다.
수원지방법원 이명철 영장전담판사는 “범죄사실에 일부 다툼의 여지가 있으나 일정 부분 혐의가 소명됐다”라며 “수사 과정에서 조직적 증거 인멸 정황이 발견됐고, 단체 내 피의자 지위 등에 비춰볼 때 향후 추가 증거 인멸 염려를 배제하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이 판사는 “비록 고령에 지병이 있지만 수감생활이 현저히 곤란할 정도라고 보이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신천지는 어떻게 대응할까?
이만희 씨의 구속은 단기적인 신천지의 몇 가지 활동을 예측케 한다.
첫째, 공격의 대상을 정해 책임을 전가하는 피해자 코스프레다. 대부분의 사이비 종교가 위기를 만났을 때 신도들을 규합하기 위해 사용해온 방법이다.
신천지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탄핵 청원’을 올리고 신도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있다. 추 장관을 비판하는 정체불명의 편지도 곳곳에 전달되고 있다. 발신자가 ‘코로나 피해자 연대 일동’으로 되어 있지만, 신천지의 조직적인 작업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명확한 공격 대상 설정은 신도 결집을 불러온다. ‘무조건적인 비난’은 신도들을 터널에 빠지게 만드는 효과적인 통제 수단이다.
둘째, 이만희 씨를 고난 받는 종으로 묘사할 가능성이 높다. ‘예수님이 빌라도에게 재판을 받으셨듯이, 총회장께서 악한 세상 법정으로 인해 고난을 받으신다’라는 뻔한 스토리를 내놓을 것이다. 신도들의 부족함 혹은 죄를 대신 지고 옥고를 당하는 교주는, 신도들을 죄책감에 휩싸이게 만드는 무기가 된다.
이만희 씨 구속이 신천지에 미칠 영향은?
코로나19 이후 신천지에서 꽤 많은 탈퇴자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30% 등의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이만희 씨의 구속 역시 일부 신도의 탈퇴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러나 수십만 명의 신도가 한 세대 안에 만들어진 결집층이 두터운 집단이라는 신천지의 특성을 생각할 때 강성 신도들의 대규모 탈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독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중독자의 뇌는 합리적인 상황 판단을 위해 작동하지 않고, 상황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작동한다”라고 말한다. 때문에 중독에서의 회복은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인지’에서 시작된다. 종교 중독인 사이비 종교도 예외는 아니다. 신도들이 이만희 씨의 구속을 보며 신천지의 오류와 이만희 씨의 잘못을 찾는다면 ‘탈퇴’로 이어지겠지만, 다수는 이 상황을 합리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고령의 이 씨가 보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수사 과정에서도 건강상의 이유로 장시간 수사를 받지 않았다. 앞으로의 과정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