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다. 짧은 책 한 권이지만 혼자서는 알 수 없는 방대한 지식이 잘 정리되어 있다. 성화에 대해서 오해하기 쉬운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역할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균형 잃은 성화론에 대해 명확한 지점을 잡아 설명하고 개혁주의적 관점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혼자서 그 분야를 이해하려면 분량도 많고, 정리가 어려울 텐데 저자의 방대한 독서와 분석으로 목회자들이 쉽게 다른 분야의 잘못된 성화론을 이해하게 해준다.
▲박재은 / 부흥과개혁사 / 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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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로마 가톨릭의 성화론을 설명하면서 왜 공로를 강조하는지 기초를 제공한다. 이성이 타락하지 않았다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에서부터 계속 발전하여 공로신학까지 이어지는 과정의 핵심을 소상하게 설명한다. 왜 가톨릭은 전적부패가 아닌 부분 부패인지 또 그 신학적 뿌리가 지금 어떤 현상으로 드러나는지를 이해하게 해준다.
루터파의 성화론 에서는 마틴 루터의 성화론과 그것을 발전시킨 루터파의 성화론을 비교하면서 마틴 루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루터는 칭의만 강조했고 성화를 소홀히 했다”는 말은 마틴 루터와 루터파의 성화론을 구분하지 못해서 발생한 오해임을 알려준다.
헤르만 콜브뤼게의 반 율법적 성화론이 왜 등장하게 되었는지를 읽으면서 일부 반 율법주의로 흐르는 사람들이 발생하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도움을 받았던 내용은 근현대의 균형 잃은 성화론에 소개되는 케직 운동에 대한 평가다. 케직운동에 대한 평가는 늘 헛갈려왔다. 왜 극단적인 평가가 케직운동을 통해 나오게 되는지를 설명하고, 한국교회 강단에서 성화에 대한 잘못된 설교 중 다수가 케직 운동 등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의 가장 아쉬운 부분은 다시 균형 잡기에서 언급하는 개혁주의 성화론에 대한 설명이다. 짧은 분량이라 한 가지 주제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겠지만 존 머레이의 결정적 성화의 개념과 점진적 성화의 개념으로만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역할을 설명하기 한 부분은 다소 아쉽다. 좀 더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균형 잡기를 썼더라면 어땠을까?
이승구 교수도 추천사에서 언급했지만, 존 머레이의 결정적 성화가 칭의와 어떻게 다른가? 하는 의문이 강하게 일어나게 된다. 그 부분에 대한 좀 더 명확한 설명이 있었으면 더 완벽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화, 균형 있게 이해하기』는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꼭 읽어야 하는 탁월한 책이다. 성화의 주제 중 혼란스러운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 설명하고, 잘못된 이론들을 명확하게 평가한다. 성화에 대한 논의의 역사적 과정을 소개함으로 왜 잘못된 신학들이 발생했는지 이해를 돕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방대한 분량의 역사와 조직신학을 공부하며 깊이를 갖추는데 많은 시간이 든다. 그런 측면에서 깊이 있는 주제를 한 권의 책으로 쉽게 써준 것은 고마운 일이다. 신학자의 역할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책 뒤편에 소개된 성화에 관련된 자료들도 더 공부하고 싶은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짧은 분량 안에 이 긴 역사를 다 담아낸 저자의 능력은 탁월함을 넘어서 아름답기까지 하다. 화려한 것도 아름답지만, 명확한 것이 더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편집자 주: 저자 박재은 박사는 미국 칼빈 신학교에서 조직신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현재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조직신학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고상섭 목사(그 사랑교회) bareunmedi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