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익 목사의 십계명 바르게 이해하기(5)
우리의 착각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십계명 정도는 잘 안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십계명도 모르고 어떻게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있겠어?” 라고 자부합니다. 정작 자세한 내용을 물어보면 아무 말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1계명, 제2계명의 차이를 물어보면 “둘 다 같은 거 아니야?”라고 대답하기도 합니다. 제2계명은 언뜻 보면 제1계명의 반복 같습니다. 제2계명도 제1계명 같이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명령처럼 보입니다.
▲ 손재익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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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계명과 제2계명은 다르다
제2계명은 제1계명과 엄연히 다릅니다. 제1계명은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섬기는 것을 금하는 계명이지만, 제2계명은 하나님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형상화하여 섬기는 것을 금하는 계명입니다. 제1계명은 하나님이 아닌 다른 신을 섬기는 것과 관련되지만, 제2계명은 하나님을 섬기면서 형상을 가진 우상을 만들어서 섬기는 것을 금하는 것입니다.
제2계명이 기록되어 있는 출애굽기 20:4-6 “(4)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또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속에 있는 것의 어떤 형상도 만들지 말며 (5)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 나 네 하나님 여호와는 질투하는 하나님인즉 나를 미워하는 자의 죄를 갚되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로 삼사 대까지 이르게 하거니와 (6)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 대까지 은혜를 베푸느니라”를 보면 그 의미가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제2계명을 설명하고 있는 신명기 4:15-19에는 잘 나타나 있습니다. “(15)여호와께서 호렙 산 불길 중에서 너희에게 말씀하시던 날에 너희가 어떤 형상도 보지 못하였은즉 너희는 깊이 삼가라 (16)그리하여 스스로 부패하여 자기를 위해 어떤 형상대로든지 우상을 새겨 만들지 말라 남자의 형상이든지, 여자의 형상이든지, (17)땅 위에 있는 어떤 짐승의 형상이든지, 하늘을 나는 날개 가진 어떤 새의 형상이든지, (18)땅 위에 기는 어떤 곤충의 형상이든지, 땅 아래 물속에 있는 어떤 어족의 형상이든지 만들지 말라 (19)또 그리하여 네가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어 해와 달과 별들, 하늘 위의 모든 천체 곧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천하 만민을 위하여 배정하신 것을 보고 미혹하여 그것에 경배하며 섬기지 말라”
신명기 4:15-19는 “(15)여호와께서 호렙 산 불길 중에서 너희에게 말씀하시던 날에”라는 설명처럼, 십계명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아니라 자세한 ‘설명’입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말씀에서 “너희가 아무 형상도 보지 못하였은즉”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보지 못한 형상’은 하나님을 가리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호렙 산에서 하나님을 뵈올 때에 어떤 형상도 보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은 형상을 갖고 계신 분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하나님을 형상화해서 섬기지 말라는 명령이 제2계명입니다.
제2계명과 하나님의 형상
제2계명은 하나님을 섬길 때, 어떤 형상을 만들어서 섬기지 말라는 명령입니다. 하나님은 영이십니다(요 4:24). 그렇기에 어떤 형상도 없으십니다. 하나님을 남자의 형상, 여자의 형상, 땅 위에 있는 짐승의 형상, 하늘을 나는 날개를 가진 새의 형상, 땅 위에 기는 곤충의 형상, 땅 아래 물속에 있는 물고기의 형상 등으로 표현하는 것은 하나님이 아닌 것을 가리켜 하나님이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 프랑스의 화가 니콜라 푸생(1594년∼1665년)의 아론의 금송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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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계명을 어긴 대표적인 예가 출애굽기 32장에 나옵니다. 모세가 시내 산에 올라갔을 때 사람들이 아론에게 “우리를 위하여 우리를 인도할 신을 만들라”(출 32:1) 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아론이 사람들에게 금 고리를 빼서 가져오라고 합니다(2). 그리고는 그 금 고리로 송아지 형상을 만듭니다(4). 그리고는 그 앞에 제단을 쌓고 거기에 절을 하고 번제와 화목제를 드립니다(5,6). 다시 말하면, 금송아지를 만들어 놓고 거기에 절을 합니다. 이 모습을 언뜻 보면 제1계명을 어긴 것 같습니다. 하나님이 아닌 다른 신으로서의 금송아지를 섬긴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4절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되 이스라엘아 이는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너희의 신이로다 하는지라” 그들은 금송아지를 가리켜서 다른 신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너희의 신이로다”라고 말합니다. “이제 우리가 하나님 말고 이 금송아지 신을 섬기자”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금송아지를 향해서 말하기를 “이 금송아지가 바로 하나님이다”라고 말합니다. 게다가 그들은 십계명의 머리말(출 20:2)을 인용하면서 말합니다. “(4)….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너희의 신이로다.”
형상화 하면 안 되는 이유
왜 하나님을 형상화해서 섬기지 말라고 하셨을까요? 눈에 보이는 어떤 형상을 두고 예배한다면 좀 더 편리하지 않을까요? 하나님은 영이시기 때문입니다. 영은 형상화할 수 없습니다.
영이라도 형상화 하면 안 될까요? 우리가 영이라고 알고 있으면 되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영이신 하나님을 형상화하는 순간 그것은 하나님이 아닌데, 하나님이 아닌 것을 향해 절을 한다면 결국 제1계명을 어기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을 ‘형상화’하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바른 지식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의 위대함을 묘사할 수 있는 신상, 형상, 그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피조물은 그 어떤 것이라도 그분을 나타내지 못합니다. 가장 비천한 피조물로부터 가장 고상한 피조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피조물을 다 합친다고 해도 여호와 하나님을 표현할 수 없고, 신화적인 피조물로도, 위로 하늘과 아래로 땅과 물에 있는 모든 것으로도 여호와 하나님을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의도로 어떤 상을 만들어서 하나님을 섬긴다 하더라도 그것은 하나님의 영광과 권능과 능력을 제한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하나님의 영광은 어떤 모양, 어떤 형상으로도 표현할 수 없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두 가지 우상
성경이 금하는 ‘우상’(idolatry)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다른(잘못된) 신을 섬기는 것이고, 둘째는 하나님을 잘못 섬기는 것입니다. 제1계명은 첫 번째 것으로서 다른 신을 섬기는 것을 금합니다. 여기에는 다른 신의 우상이나 형상을 섬기는 것에 대한 금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2계명은 두 번째의 것으로 다른 신의 우상이나 형상에 절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형상화해서 그것에 절하는 것을 금합니다. 제2계명은 하나님을 잘못 섬기는 것을 금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다른 예
우리는 성경에서 제2계명을 어긴 몇몇 예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사기 17:1-6에서 에브라임 지파의 ‘미가’라는 사람이 은으로 신상을 만들어서 섬겼습니다. 미가는 그 신상을 만들 때에 우상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라고 생각했습니다(5).
열왕기상 12:27-30에서 여로보암 왕이 두 개의 금송아지 우상을 만들고 하나는 벧엘에 다른 하나는 단에 둡니다. 그리고 여로보암은 “(28)…. 너희가 다시는 예루살렘에 올라갈 것이 없도다 이스라엘아 이는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올린 너희의 신들이라….”라고 말합니다. 이 내용은 출애굽기 32:4와 매우 흡사합니다. 그는 아론이 그러했던 것처럼 금송아지를 가리켜 하나님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서 성경은 “(30)이 일이 죄가 되었으니….”라고 말씀합니다.
하나님을 형상화하지 말라
하나님을 형상화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속성’을 그대로 보존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눈으로’ 보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주변에 우상의 가능성이 있는 것은 최대한 없애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가 있어도 하나님을 형상화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하는 사람은 자신이 하나님보다 더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편집자 주: 필자 손재익 목사는 한길교회(http://cafe.daum.net/hgpch)를 담임하고 있다. 저서로 『십계명, 언약의 10가지 말씀』(디다스코)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