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이단 사이비에 빠졌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전화를 오늘도 여전히 받았다. 기자에겐 같은 말을 되풀이해야 하는 익숙한 순간이지만, 수화기 넘어있는 타자에겐 절박한 상황이다.
기본적인 질문부터 한다. “어느 단체에 빠졌는지 알고 있는가?”, “(빠진 지)얼마나 되었는가”, “(빠진 당사자가) 가족들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가?”
어떤 단체에 빠졌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신천지, 하나님의교회, JMS, 통일교 등등 한국에는 수많은 이단 사이비가 존재한다. 나름의 특징이 있어 대처법 또한 조금씩 다르다. 군소 이단 사이비 혹은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곳이라면 더는 안내가 어렵다. 그럴 땐 정말 답답하다.
가족 구성원의 초동대처는 회심과 직결된다. 안타깝고 화가 날 테지만, 다그치면 안 된다. 신체적 접촉은 절대 금물이다. 사이비에 빠진 순간, 가족에 대한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가 형성된다. 포교대상 혹은 단절대상. 종교 활동을 방해하면 대적자일 뿐이다. 내가 알던 착한, 순한, 여린 내 자녀, 내 배우자가 아니다. 이 때문에 다그침 혹은 작은 신체적 접촉은 상황을 극도로 악화시킨다.
먼저 전문 상담소를 찾아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전문! 상담소다. 최근 이단 피해자들을 도구(돈벌이 혹은 야망 성취)로 보는 뜨내기 상담소가 있는 것으로 안다. 반대로 열정은 있지만 준비가 덜 된 채 어설프게 행동했다가 법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는 이차, 삼차 피해가 일어난다. 혹 누군가를 소개받았다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확인해야 한다. 애초에 공신력 있는 기관에 문의하는 게 가장 좋다. 상담소에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안내에 따라야 한다.
어설픈 교리 논쟁 역시 금물이다. 교리적 세뇌와 더불어 개신교 교리를 반박하는 소위 반증 교리를 배운 상태일 경우, 오히려 역공을 당할 수 있다. 14만 4천이 12×12×1000 이라는 사실을 몰라서 신천지에 빠진 게 아니다. 성경을 보는 눈이 바뀌어 있으므로, 정통교리를 들이민다고 회심할 이들이 아니다. 저들의 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교리적 논쟁은 혼란만 가중할 뿐이다. 오히려 질문이 효과적이다. 생각할 겨를 없이 교리를 주입 당했을 뿐이다. 빈틈을 찾아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장기적인 싸움을 염두에 둬야 한다. 상담 한 번 혹은 대화 한 번으로 회심하면 좋겠지만, 가족 간의 대치가 장기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애초에 이단 대처가 교리 비판과 더불어 법률적 대처, 심리 상담 등 다방면으로 이루어져야 하므로, 그에 걸맞은 지식과 지혜를 쌓아야 한다.
조믿음 기자 jogog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