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익 목사의 십계명 바르게 이해하기(3)
10개의 명령, 10개의 말씀, 어떻게 나눌까?
십계명 혹은 언약의 10가지 말씀이라는 표현에 의하면 십계명은 10개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10개로 나눌까요? 이런 질문이 낯설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찬송가 뒤편에 나오는 대로 10개로 나누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제1계명은 당연히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라고 생각하고, 제6계명은 당연히 “살인하지 말라”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손재익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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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번 생각해 봅시다. 성경에는 어떻게 10개로 나누라는 말이 없습니다. 성경은 어떤 것이 제2계명인지, 어떤 것이 제5계명인지를 말한 적이 없습니다. 출애굽기 20장 13절에는 “제6계명”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구약성경을 경전(經典)으로 받아들이는 유대교와 로마가톨릭, 개신교는 10개를 각각 다른 방식으로 나눕니다.
유대교의 구분방식
유대교는 십계명의 머리말에 해당하는 출애굽기 20장 2절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네 하나님 여호와니라”를 제1계명에 포함시키고, 출애굽기 20장 3∼6절을 제2계명으로 삼습니다. 제3계명부터는 개신교의 구분방식과 같습니다.
로마가톨릭의 구분방식
로마가톨릭은 출애굽기 20장 4∼6절은 빼고, 출애굽기 20장 7절 “너는 네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 여호와는 그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는 자를 죄 없다 하지 아니하리라”를 제2계명으로 봅니다. 그리고는 10개라는 숫자를 맞추기 위해서 출애굽기 20장 17절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라 네 이웃의 아내나 그의 남종이나 그의 여종이나 그의 소나 그의 나귀나 무릇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라”를 제9계명과 제10계명으로 나눕니다. 로마가톨릭은 자신들이 분류한 제9계명은 육체의 탐욕, 제10계명은 재물의 탐욕에 대한 계명이라고 가르칩니다.
▲ 로마가톨릭 십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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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의 구분방식
개신교는 어떻게 구분합니까? 출애굽기 20장 2절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네 하나님 여호와니라”를 십계명의 머리말로 봅니다. 그리고 출애굽기 20장 3절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를 제1계명으로 봅니다. 출애굽기 20장 17절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라 네 이웃의 아내나 그의 남종이나 그의 여종이나 그의 소나 그의 나귀나 무릇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라”를 하나의 계명인 제10계명으로 봅니다.
어떤 구분이 옳을까?
위의 구분 방식 중에서 어떤 구분 방식이 옳을까요? 성경이 명시적으로 “이것은 제1계명이다. 이것은 제4계명이다”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이성과 상식으로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유대교처럼 출애굽기 20장 2절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네 하나님 여호와니라”를 하나의 명령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부분은 십계명의 머리말이라고 보아야지, 계명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로마가톨릭처럼 출애굽기 20장 17절을 2개의 명령으로 나누는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출애굽기 20장 17절은 “~하지 말라”(You shall not~)는 말이 한 번만 나오기 때문입니다. 또한 로마서 7장 7절은 “탐내지 말라”를 율법의 한 부분으로 언급하고, 로마서 13장 9절에도 “간음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탐내지 말라 한 것과 그 외에 다른 계명이 있을지라도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그 말씀 가운데 다 들었느니라”라고 제7, 6, 8계명을 언급하면서 제10계명을 하나의 계명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출애굽기 20장 17절을 둘로 나누는 로마가톨릭의 구분 방식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로마가톨릭이 제10계명을 둘로 나눈 것은 제1계명과 제2계명의 차이를 희미하게 하고자 한 목적 외에 없습니다. 그들은 제2계명 “하나님을 형상화 하지 말라”는 것을 지키지 않고 다양한 성상을 만들기 때문에 제2계명을 아예 빼 버렸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성경이 명시적으로 “이것은 제1계명이다. 이것은 제4계명이다”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개신교회가 구분하는 방식,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찬송가의 뒷면에 실려 있는 구분방식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편집자 주: 필자 손재익 목사는 한길교회(http://cafe.daum.net/hgpch)를 담임하고 있다. 저서로 『십계명, 언약의 10가지 말씀』(디다스코)이 있다.
손재익 목사 bareunmedi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