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기자의 이판사판_이단 사이비 관련 판결문/결정문 분석
편집자 주: 이단 사이비 대처는 교리비판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피해자들은 이단 사이비 단체가 제기하는 무차별적 소송을 감당해야 합니다. 바른미디어는 이단 사이비 관련 판결문과 결정문을 수집·분석해 피해자들로 하여금 법적, 제도적, 행정적인 대처의 힘을 기르고자 본 연재를 기획했습니다. 내가 당한 내용의 소송을 이미 누군가 승소했다면, 누군가 패소한 내용을 미리 숙지한다면, 불필요한 소송을 줄일 방법이 있다면, 법적 대처가 한결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본 연재는 현직 변호사님들이 감수해 주십니다.
사건
A 종교단체 신도들이 (옥외)집회신고를 한 날짜보다 일주일 앞서 집회를 진행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6조(옥외집회 및 시위의 신고 등) 제1항에 따르면 집회 혹은 시위를 주최하려면 집회 시작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집시법 제22조(벌칙) 제2항에 의거해 “집회 또는 시위를 주최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A 단체의 집회는 집시법을 위반한 미신고 집회였다. 집회 주최자에 대해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되었지만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집시법을 위반한 주최자에게 무죄판결이 내려진 이유는 무엇일까?
피고인(편집자 주: 시위의 주최자였던 A 단체 소속 신도 두 명)들은 재판과정에서 지금껏 여러 차례 시위를 해왔는데 한 번도 일시를 어겼던 적이 없었고, 경찰로부터 적법한 집회신고가 없었다는 통보를 받은 즉시 해산했다며 ‘법률의 착오’를 주장했다. 법률의 착오란, “자신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는 형법 제16조를 의미한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집회신고서를 확인하여 정확한 일자를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점 ▲이 사건 집회신고 당시 집회 일자가 특정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집회신고가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착오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밝히며 피고인 두 명에게 각각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판결은 항소심에서 뒤집어졌다. 2심 재판부의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여야 한다.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하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로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라는 대법원의 판결을 전제로 이 사건을 들여다보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경찰로부터 미신고 집회라고 지적을 받자 집회신고 일시를 내부적으로 검토했고 ▲미신고 집회임을 확인하자 즉시 집회를 해산시켜 철수했으며 ▲당일 다시 집회신고서를 작성·제출했다 ▲이러한 피고인들의 반응을 볼 때 피고인들은 이 사건 집회가 미신고 집회임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며 ▲안 즉시 해산시킨 것으로 보아 (미리) 알았더라도 용인하였을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신고되지 않은 집회라는 점을 인식했거나 신고되지 않은 집회라는 점에 관하여 미필적 고의(편집자 주: 자신의 행위로 인해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견하고도 그 행위를 인용하는 심리상태)를 가지고 이 집회를 개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의 쟁점은 ‘피고인들의 집시법 위반 행위에 법률적 착오를 적용할 것인가’였다. 재판부는 사건의 정황을 분석해 피고인들의 착오 여부를 판단했고, 1심은 유죄,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미신고 집회는 위법이다. ‘법률적 착오’의 주장이 언제나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이단 사이비 피해자들은 많은 집회를 하므로 의도치 않게 실수할 수 있다. 집회신고 후에는 개최일시, 인원, 장소 등이 적힌 접수증을 발부받는다. 집회 전에 접수증을 한 번만 확인한다면 실수로 인해 벌어지는 불필요한 송사를 줄일 수 있다.
조믿음 기자 bareunme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