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익 목사의 십계명 바르게 이해하기(8)
자주 설교되는 제5계명
한국교회는 십계명을 잘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런데 유독 제5계명만큼 자주 가르칩니다. 적어도 1년에 한 번씩은 합니다. 언제입니까? 5월 둘째 주일입니다. 어버이 주일입니다. 그날에 전국교회에서는 거의 비슷한 본문과 제목으로 말씀이 선포됩니다. “부모를 공경하라” 다른 계명은 매년 선포되지 않는데, 유독 제5계명만 그렇습니다.
▲ 손재익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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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매년 제5계명에 관한 설교를 듣고 있는 우리는 과연 제5계명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요? 유교가 말하는 효(孝) 정도로 오해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더 넓은 범위의 부모
우리가 제5계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제5계명이 말하는 부모를 육체적 부모에게만 한정시킨다는 사실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모를 공경하라”라는 말을 육체의 부모에만 적용시킵니다.
하지만, 성경에서 부모는 더 넓은 의미를 갖습니다. 성경에는 문자적 의미의 부모 외에도 다른 관계를 가리켜 부모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창세기 45:8에서 요셉은 “그런즉 나를 이리로 보낸 이는 당신들이 아니요 하나님이시라 하나님이 나를 바로에게 아버지로 삼으시고 그 온 집의 주로 삼으시며 애굽 온 땅의 통치자로 삼으셨나이다”라고 해서 자신이 ‘총리’가 된 것이 바로의 아버지가 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사야 49:23은 “왕들은 네 양부가 되며 왕비들은 네 유모가 될 것이며…”라고 해서 ‘왕’과 ‘왕비’를 아버지와 어머니에 비유합니다.
열왕기하 5:13에서는 “그(나아만)의 종들이 나아와서 말하여 이르되 내 아버지여 선지자가 당신에게 큰 일을 행하라 말하였더면 행하지 아니하였으리이까…”라고 해서 나아만의 종들이 군대장관인 나아만에게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열왕기하 2:12은 “엘리사가 보고 소리 지르되 내 아버지여 내 아버지여 이스라엘의 병거와 그 마병이여…”라고 해서 엘리사가 그의 ‘스승’ 엘리야에게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사사기 5:7은 “이스라엘에는 마을 사람들이 그쳤으니 나 드보라가 일어나 이스라엘의 어머니가 되기까지 그쳤도다”라고 해서 ‘사사’ 드보라를 가리켜 어머니라고 표현합니다.
사무엘상 24:11은 “내 아버지여 보소서 내 손에 있는 왕의 옷자락을 보소서…”라고 해서 다윗이 사울에게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고린도전서 4:14∼15에서 사도 바울은 고린도교회를 향하여 “(14)내가 너희를 부끄럽게 하려고 이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오직 너희를 내 사랑하는 자녀 같이 권하려 하는 것이라 (15)그리스도 안에서 일만 스승이 있으되 아버지는 많지 아니하니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내가 복음으로써 너희를 낳았음이라”라고 함으로서 사도와 고린도교회의 관계를 부자관계로 표현합니다.
갈라디아서 4:19에서 바울은 갈라디아 교회를 향해 “나의 자녀들아”라고 표현합니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믿음 안에서 참 아들 된 디모데에게 편지하노니…”(딤전 1:2)라고 표현하고, 디도에게 “같은 믿음을 따라 나의 참 아들된 디도에게 편지하노니…”(딛 1:4)라고 표현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성경은 부모를 더 넓은 의미로 사용합니다. 그러므로 제5계명은 육체적 부모에게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의 윗사람에게 적용해야 합니다.
기독교 역사에서 전통적으로 제5계명의 부모는 육신의 부모를 기본으로, 사람이 관계하는 모든 관계에서의 윗사람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이 사실은 장로교회가 고백하는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제124, 125문답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124문: 제5계명에 있는 부모는 누구를 뜻합니까?
답: 제5계명에 있는 부모는 육신의 부모natural parents뿐만 아니라,1) 연령2)과 은사3)에 있어서의 모든 윗사람superiors과 특히 하나님의 규례ordinance에 의하여 가정4)과 교회5)와 국가commonwealth6)를 막론하고 우리 위의 권위의 자리에 있는 자들over us in place of authority을 뜻합니다.
1) 잠 23:22, 25; 엡 6:1,2 2) 딤전 5:1,2 3) 창 4:20∼22; 45:8 4) 왕하 5:13 5) 왕하 2:12; 13:14; 갈 4:19 6) 사 49:23
125문: 왜 윗사람을 부모로 여겨야 합니까?
답: 윗사람superiors을 부모로 여겨야 하는 것은, 그들이 육신의 부모와 같이 아랫사람inferiors에게 모든 의무를 가르쳐 저희의 여러 가지 관계relations에 따라 아랫사람을 사랑love과 부드러움tenderness으로 대하게express 하고,1) 아랫사람으로 하여금 마치 그들 자신의 부모에게 하듯 자기 윗사람에 대한 의무를 더욱 큰 의욕willingness과 즐거움cheerfulness으로 행하도록performing 하기 때문입니다.2)
1) 엡 6:4; 고후 12:14; 살전 2:7,8,11; 민 11:11,12 2) 고전 4:14∼16; 왕하 5:13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제124문답은 앞서 부모의 예로 제시된 창세기 45:8; 열왕기하 2:12; 5:13; 이사야 49:23을 근거구절로 제시합니다.
이처럼 제5계명의 대상은 ‘육신의 부모’만이 아닙니다. 훨씬 넓은 범위를 포함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성경은 ‘부모’만을 언급했을까요? 일종의 제유법(提喩法)입니다. 부모는 모든 권위를 대표하기 때문입니다. 부모와의 관계는 사회의 시작이며 모든 인간관계의 출발점입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게 되어 있습니다. 이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사람은 태어나서 가족과 관계를 맺고 교회에 속하여서 교회원과 관계를 맺고, 세상에서 세상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사람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관계를 맺는 대상이 바로 부모입니다.
아랫사람과 동등자까지도
제5계명은 사람이 관계하는 모든 윗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더 확장됩니다. 바로 아랫사람과 동등자에게까지도 확장됩니다. 이 사실은 에베소서 6:1∼9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에베소서 6:1∼9는 제5계명에 관한 말씀입니다. 에베소서 6:1∼3 “(1)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2)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 (3)이로써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는 제5계명입니다. 구약의 출애굽기 20:12에 기록되어 있는 제5계명을 인용하면서 그 의미를 좀 더 크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에베소서 6:5∼8에도 제5계명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5)종들아 두려워하고 떨며 성실한 마음으로 육체의 상전에게 순종하기를 그리스도께 하듯 하라 (6)눈가림만 하여 사람을 기쁘게 하는 자처럼 하지 말고 그리스도의 종들처럼 마음으로 하나님의 뜻을 행하고 (7)기쁜 마음으로 섬기기를 주께 하듯 하고 사람들에게 하듯 하지 말라 (8)이는 각 사람이 무슨 선을 행하든지 종이나 자유인이나 주께로부터 그대로 받을 줄을 앎이라.” 제5계명이 가정이라는 영역에 한정되어서 자녀가 부모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범위로 종이 주인에게도 해야 할 계명임을 암시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각각의 말씀 밑에 붙는 말씀을 자세히 보면, 에베소서 6:1∼3에서 아랫사람으로서의 자녀가 윗사람인 부모에게 해야 할 것을 말씀한 뒤에, 이어지는 4절에서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라고 말씀합니다. 5∼8절에서 아랫사람으로서의 종이 윗사람인 상전에게 해야 할 것을 말씀한 뒤에, 이어지는 9절에서 “상전들아 너희도 그들에게 이와 같이 하고 위협을 그치라 이는 그들과 너희의 상전이 하늘에 계시고 그에게는 사람을 외모로 취하는 일이 없는 줄 너희가 앎이라”라고 말씀합니다. 다시 말해, 1∼3절, 5∼8절에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해야 할 도리를 언급한 뒤에 4, 9절에서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해야 할 도리를 언급합니다.
이러한 설명은 제5계명이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해야 할 도리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해야 할 도리도 가르친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그래서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64문답과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제126∼132문답은 제5계명의 범위를 다음과 같이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64문: 제5계명에서 요구된 것은 무엇입니까?
답: 제5계명이 요구하는 것은 각 사람에게 속한 지위places와 관계relations에 따라 윗사람superiors,1) 아랫사람inferiors,2) 동등한 사람equals3)으로서 존경을 유지하고preserving the honour, 의무를 행하라는 것performing the duties입니다.
1) 엡 5:21 2) 벧전 2:17 3) 롬 12:10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126문: 제5계명의 일반적 범위scope는 무엇입니까?
답: 제5계명의 일반적 범위는 여러 가지 상호 관계에 있어서 아랫사람, 윗사람, 혹은 동등자들로서의 우리가 서로 지고 있는 의무들을 행하는 것performance입니다.1)
1) 엡 5:21; 벧전 2:17; 롬 12:10
마치면서
독자 여러분, 혹 제5계명을 육체의 부모에 대한 것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까? 더 넓은 범위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부모에게도 지켜야 하지만, 사람이 관계하는 모든 윗사람에게 지켜야 합니다. 자녀가 부모에게도 지켜야 하지만, 부모가 자녀에게도 지켜야 합니다. 자녀뿐 아니라 모든 아랫사람에게 지켜야 합니다.
편집자 주: 필자 손재익 목사는 한길교회(http://cafe.daum.net/hgpch)를 담임하고 있다. 저서로 『십계명, 언약의 10가지 말씀』(디다스코)이 있다.
손재익 목사 bareunme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