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는 다양한 개념을 함의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듯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아주 다른 것’이라는 한 문장의 사전적 정의는 사이비를 전부 표현하기에 부족해 보인다. 사이비 때문에 야기된 사회적 해악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그들을 몇 줄의 텍스트로 간명하게 정의하기를 거부한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사이비가 존재한다. 그로 인한 피해는 많은 사각지대를 발생시켰다. 사이비 의사, 사이비 과학자, 사이비 기자까지.
제각각 다른 사이비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허황됨에 있다. 검증 불가능한 치료책을 제시하거나, 자신을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포장해 타인을 기망한다. 사이비 종교야말로 허황됨의 정점을 찍는다. 특정한 인물을 신격화하고, 날짜를 정해 종말이 온다는 교리 등으로 사람들을 미혹한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사이비 종교의 교리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왜 사이비에 빠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절대다수다.
하지만 사이비에 빠지는 이유는 교리 때문만이 아니다. 최근 신천지 탈퇴자 중 신천지의 핵심이라는 실상 교리를 줄줄 꿰고 있는 사람은 많이 보지 못했다. 교리만으로 이들이 지탱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이비는 진즉 ‘관계’를 이용해 왔다. 친밀한 인간관계는 때론 교리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신천지 교리가 틀렸지만 신천지에 남겠다는 사람을 발생시키는 이유다. 사이비의 문제를 접근함에 있어 그들을 ‘이해할 수 없는 교리를 믿는 사람들의 집단’ 이라고 단순하게 치부하면 자칫 해결점을 찾기 어려워진다.
많은 이단 사이비 탈퇴자들을 만나며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JMS(정명석)에 빠져있으면서 하나님의교회에 왜 빠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신천지에 빠져있으면서 JMS에 왜 빠지는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각 이단 사이비가 가지는 특징이 있고, 해당 단체 빠진 사람은 그 고유함에 반응했다는 방증이다. 사이비 종교의 문제는 사람들의 사고와 심리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제기되는 까닭이다. 그중에서도 중독과 세뇌의 관점으로 사이비 종교 신도들을 바라보는 일은 그들의 사고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지점이 된다.
모든 사이비 종교는 세뇌로부터 시작한다. 교주를 믿게 만드는 일련의 성경공부과정이든, 가족보다 우위에 있는 공동체가 있다는 사실을 믿게 만드는 관계 형성이든, 포교 대상자가 현재 가장 갈급해 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채워 주는 과정이 반드시 존재한다. 포교 대상자는 갈증이 채워지며 서서히 단체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는다. 세뇌와 중독이다.
중독이라는 말
히로나카 나오유키(편집자 주: 행동약리학을 전공한 일본의 의학박사)에 따르면 중독이라는 말은 “WHO(세계보건기구)가 약물의 위험성(남용될 우려가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다”1)고 한다. 때문에 약물이 아닌 다른 대상에 사용되는 중독은 비유적인 표현이라고 설명한다.2) 하지만 도박에 대한 강박적 욕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약물중독에 빠진 사람들과 흡사하다고 전한다. 또한 “미국정신의학회 DSM-5에서 도박장애가 약물중독과 동일한 그룹에 들어갔으며, 인터넷 중독이 약물중독과 유사할 수 있다는 점이 향후 검토 과제로 떠올랐다”3)는 사실도 밝힌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그 무엇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헤어 나오지 못하면 중독으로 볼 수 있다는 공감대가 국제적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다. 중독과 세뇌의 문제를 다루는 전공자들의 저서에서 사이비의 문제가 조금씩 대두되고 있다. 굳이 사이비의 문제를 다루지 않아도 약물, 인터넷, 도박 등 각종 중독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서는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들과 유사한 행동 패턴이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다. 임상심리학이나 정신폭력, 중독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들의 저서에서 발견되는 중독자들의 증세에서 사이비 종교 신도들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중독성 사고의 특징
어떤 형태의 중독이든지 중독자들에게서 유사한 행동 패턴이 나타나는 이유는 중독성 사고의 특징에 있다. 아브라함 J. 트월스키(편집자 주: 미국에서 태어난 유대인 랍비이자 정신폭력 전문가)는 자신의 저서 『중독성 사고』에서 중독자들에게는 사고의 왜곡이 일어나고 이것이 “화학 물질 사용과 반드시 관련된 것도 아니다”4)라고 전한다. 그는 보고서를 제출하는 한 여학생의 예를 든다.
교수: “왜 아직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죠?”
학생: “이미 다 썼어요.”
교수: “그럼 왜 아직 제출하지 않았나요?”
학생: “아직 손 봐야 할 것이 남았어요.”
교수: “다 썼다고 하지 않았나요?”
학생: “네 다 썼어요.”
이 대화에 모순이 있다는 사실은 상식이다. 하지만 저자는 중독성 사고를 하는 자들에게는 말이 되는 표현이라고 지적한다. 이 같은 사고의 왜곡 현상은 “중독자 자신의 생각에 빠져서 자기 자신을 기만”5)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실상 사이비 종교에 빠진 이들과 교리토론을 하면 이런 류, 즉 모순된 이야기를 반복하는 신도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트월스키는 중독자들을 상담할 때 이 지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독자들이 자신의 왜곡된 사고에 말려들어 자기 자신이 그 희생양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리고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중독자들을 다룰 때 계속 좌절감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6)
이들의 왜곡된 사고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상식적인 측면의 접근, 혹은 황당하고 허황된 교리를 믿고 있으니 정통신학만 주입하면 된다는 착각은 신도들의 회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트윌스키는 “중독자들은 지난날의 기행을 곱씹으며 매우 황당해 한다”7)라고 지적한다. 사이비 종교 신도들도 동일하다. 탈퇴자들은 자신들의 행동과 배운 교리들을 생각하며 황당해한다.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실체를 구원자로 믿고 있었으니 지난날의 모습을 후회하거나 부끄러워하는 일은 당연해 보인다. 탈퇴자들은 내가 왜 그것을 믿었는지 자문한다. 어쩌면 왜곡된 사고 때문이라는 간단한 답을 얻을 수도 있다.
왜곡된 사고는 현실 인지 능력을 급격하게 저하시킨다. 중독의 본질은 “현실의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8)라고 한다. 즉 자신의 현재 상황은 물론 본인이 믿고 있는 실체에 대한 객관적인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말한다. 늙은 교주가 죽지 않고 영원히 산다고 믿거나, 시신이 부패하고 있는 교주가 수일 안에 부활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 이유는 위와 같은 중독성 사고로 설명이 가능하다.
희소성과 터널비전 그리고 공포
중독성 사고의 출발은 앤 윌슨 섀프가 『중독사회』에서 나열한 스무 가지 가량의 중독의 특성 중 하나인 희소성 모델(혹은 제로섬 모델)로 볼 수 있다. 희소성 모델이란 물질(혹은 그 무엇)이 희소하여 모두가 골고루 나눌 수 없다는 전제에서부터 출발한다. 때문에 희소성은 집착을 낳고 집착은 중독을 낳게 된다.
“중독시스템은 희소성 모델에 근거해 작동한다. 이 희소성 모델은 그 어는 것도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돌아가기에 충분치 않다는 가정에 입각해 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많이 확보해 놓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9)
사이비 종교는 구원(혹은 영생)을 빌미로 희소성 모델을 작동한다. 희소한 구원을 쟁취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도록 유도한다. 특히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상징 수 144,000을 실제 숫자라고 주장하며, 사람들로 하여금 144,001등이 되지 않도록 다그친다. 그때부터 신도에게 144,000 안에 드는 일은 단 한 가지 관심사이자 전 삶을 바쳐서 획득해야 하는 일이 된다. 신도는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한 가지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보지 못하는”10) 터널비전 현상에 빠지게 된다. 희소성과 터널비전은 두려움의 전조가 된다. 144,001등이 되면 안 된다는 두려움이 신도의 삶을 짓누른다. 그럴수록 더욱 깊은 터널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종말을 빌미로 신도들을 통제하는 사이비 종교도 희소성과 터널비전을 작동한 모델로 볼 수 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종말을 두려워한다. 종말은 개인적 종말과 총체적 종말로 구분할 수 있다. 개인적 종말은 죽음, 총체적 종말은 이 세상의 종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에게 영생을 담보하는 미혹, 총체적 종말을 두려워하는 이에게 종말의 때와 시를 알고 있는 우리와 함께하면 안전하다는 속삭임은 희소성 모델이다. 신도를 터널비전에 빠지게 만드는 수단이기도 하다. 사이비 종교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의존성이 낳은 보상독점 구조, 사이비 종교 메커니즘 완성
“두려움은 우리로 하여금 (물질이든 과정이든) 중독에 의존하게 만든다.”11) 공포는 의존성을 불러온다. 신도는 자신의 두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이비 종교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 공포가 불러온 의존성은 보상독점구조를 낳는다. 보상독점구조란, 신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사이비 종교로부터 채워지도록 만드는 구조다. 신도는 단체 밖을 보아서는 안 된다. 인터넷을 선악과라고 가르쳐 정보를 차단하는 일은 사이비 종교의 구습이다. 신도가 좋아할 만한 것, 신도에게 필요한 그 무엇을 단체 안에서 채워주어야 한다.
여기서 가족을 등지는 이유가 설명된다. 사이비에 빠진 사람이 가족을 등지고 사이비에 남아있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 자들에게 할 수 있는 대답은 “가족보다 더 나은 공동체가 있다는 사실에 세뇌되었고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이소무라 다케시(일본의 의학박사이자 의존증심리학자)는 자신의 저서 『이중세뇌』에서 사이비 종교에서 나타나는 보상의 독점과 의존증에 관해 설명한 바 있다.
“그 사람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모든 보상이 교주의 손에서 부여되어야 한다. … 사이비 교단 이외의 인간관계를 전부 끊도록 만든 것이 그들의 일이다. ‘교주 외에는 믿을 수 없다’라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가족으로부터도 떼어놓고 다른 인간관계도 단절시켜 독점적인 상황을 구축한다. … 사이비 교단의 보상 독점 구조는 의존증이 미치는 효과와 매우 닮았다. 왜냐하면 담배, 술, 약물, 섹스, 도박, 게임과 같은 의존증 행동은 도파민을 강제로 분비시켜 신경의 감수성을 저하시킴으로써 일상의 행복을 느끼기 어렵게 만드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어떤 행동을 해도 100퍼센트 즐길 수 없다. 식사든 일이든 휴식이든. … 이혼하자는 협박을 받아도 좀처럼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에게 아내와 아이는 이미 행복을 느끼는 대상이 아닌 것이다. 의존 대상 외에는 의지할 데도 없고 행복을 느낄 수도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12)
신도에게 사이비란, 가족이나 다른 그 무엇도 채워준 적이 없던 자신의 갈급함을 해소해 준 존재, 즉 보상을 주는 존재다. 보상을 맛본 신도는 더 이상 단체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교리 혹은 관계에 의해 세뇌되기 시작한 신도는 구원이라는 희소성 모델로 인해 터널비전에 빠지고 두려움을 갖게 된다. 사이비 종교는 그 두려움을 보상독점구조로 해결해 신도를 철저하게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어 놓는다. 사이비 종교의 메커니즘이다.
중독과 세뇌로부터의 회복
이단 사이비 대처에 있어 교리비판은 중요하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옴진리교의 신도를 상담하며 관찰한 경험이 있는 일본의 한 심리 전문가는 옴진리교의 교주 아사하라 쇼코가 가진 소위 ‘아우라’를 넘어서지 않는 이상 상담은 불가능했다고 회상했다. ‘사이비 종교는 정통 교리로 한 번에 무너트릴 수 있다’는 착각의 접근이 신도에게 때론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사이비가 유발한 두려움 때문에 보상독점에 사로잡힌 신도들의 중독과 세뇌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약물중독 등도 회복의 최종적 단계를 사회복귀로 잡는다. 최종적으로는 학교나 직장 그리고 가정으로 돌아가 중독으로부터 벗어난 인간으로 생활함이 목표다. 단순히 잘못된 교리를 깨트리거나, 탈퇴 시키는 것이 사이비 대처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나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중독자들은 현재의 삶보다는 미래의 삶을 중시하며 현실을 오히려 환상이나 착각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현실을 왜곡된 사고로 부인하던 이가 사이비 종교를 탈퇴해 현실과 마주해 선다. 그가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까지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 사이비 종교 문제 해결의 최종적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1) 히로나카 나오유키, 『중독의 모든 것』(큰벗, 2016), 143.
2) 같은 책, 143.
3) 같은 책, 145.
4) 아브라함 J. 트월스키, 『중독성 사고』(하나의학사, 2009), 15.
5) 같은 책, 20.
6) 같은 책, 27.
7) 같은 책, 27.
8) 앤 윌슨 섀프, 『중독 사회』(이상북스, 2016), 299.
9) 같은책, 163.
10) 같은 책, 188.
11) 같은 책, 205.
12) 이소무라 다케시, 『이중세뇌』(더숲, 2010), 75-79.
조믿음 기자 bareunme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