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옥은 없다는 발언의 진위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가톨릭은 공식적으로 지옥의 존재를 인정한다. 이 때문에 교황청은 (불신자의) 영혼이 멸절된다는 말은 교황이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불신자의 영혼이 소멸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4세기 경 아르노비우스파, 16세기 중엽의 소시니안파가 대표적이었고, 여호와의 증인,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등이 이 주장의 맥을 이어간다.
그중에서도 영국 성공회 신부로, 복음주의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존 스토트가 영혼 멸절설을 주장을 한 것은 꽤나 충격적이었던 사건으로 기억된다. 존 스토트의 입장이 알려지자 미국에서는 그를 복음주의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기도 했다.
『복음주의가 자유주의에 답하다』
존 스토트는 지옥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1988년에 출간된 『복음주의가 자유주의에 답하다』(Essentials: A Liberal-Evangelical Dialogue)에 처음으로 담았다. 존은 1987년, 영국의 자유주의 신학자 데이비드 에드워즈와 함께 자유주의자와 복음주의자의 대화를 담기로 하고 다음 해 책을 출판했다. 데이비드 에드워즈는 존 스토트가 지옥은 불신자가 영원히 고통받는 곳인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고 지적하며, 존의 입장을 요구했다.
영혼 멸절설을 주장한 이유1)
존 스토트는 네 가지 논증을 제시하며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의 영원한 고통은 성경의 최고 권위 앞에서 포기돼야 할 전통일 수 있다”라고 밝힌다.
첫 번째 논증은 언어다. 존은 멸망이라는 단어는 지옥에서 떨어지는 최후 상태와 관련해 사용되는데, 대표적으로 동사 아폴루미와 명사 아폴레이아라고 말한다. 동사가 능동태 타동사로 쓰이면 ‘죽이다’라는 뜻이 되는데, 죽인다는 말이 생명을 빼앗는 것을 의미한다면 지옥은 신체적, 영적, 생명을 모두 빼앗는 것, 다른 말로 존재의 소멸을 의미할 수 있다고 전한다.
두 번째 논증은 불의 이미지와 관련 있다. 성경은 지옥의 특징을 보여주기 위해 불 이미지를 사용하는데, 존은 불의 주 기능이 고통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파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 번째 논증은 공의에 대한 성경의 비전이다. 존은 공의는 각 사람의 행위에 따른 하나님의 심판이라며, 불신자가 영원히 죄를 짓는 것이 아닌데,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의 영원한 고통이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네 번째 논증은 보편구원설의 근거로 사용돼 온 본문과 관계가 있다. 존은 하나님을 거역하고 심판 아래 놓인 자들과 ▲그리스도를 통해 만물과 화해하시며(골 1:20) ▲하나님이 모든 것을 그리스도의 주권 아래서 하나로 통일하시고(엡 1:10) ▲만유의 주로서 만유 안에 계시려(고전 15:28) 등의 말씀이 조화를 이루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존 스토트는 자신의 입장을 교리화하고 싶지는 않고, 잠시 시험적으로 입장을 주장할 뿐이라면서도 “악인들의 최후 소멸이라는 입장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악인들의 영원한 고통을 주장하는 입장에 대한 성경적이고 합법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는다”2)라고 밝혔다.
1) 존 스토트·데이비드 에드워즈, 『복음주의가 자유주의에 답하다』(김일우 옮김, 포이에마, 2010), 547-554 요약.
2) 같은 책, 554
조믿음 기자 bareunme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