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사 속 이단(2) 마르키온
편집자 주: 수많은 이단이 역사 속에서 발흥과 쇠퇴를 반복했다. 오늘날 교회는 교회사 속 이단을 살펴봄으로, 정통신학이 정립된 과정을 배우는 동시에 잘못된 신학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당신을 알고 있습니다. 사탄의 장자 아닙니까.” 사도요한의 제자였던 폴리캅이 로마에서 만난 마르키온(Marcion, 80∼160년경)에게 한 말이다.
마르키온과 영지주의
소아시아의 폰투스 시노페(오늘날 터키 시노프) 출신인 마르키온은 선박사업으로 부자가 되었다. 그는 130년대 말(편집자 주: 140년경이라는 학자도 있다.) 로마로 이주했고, 교회에 많은 돈을 헌납했다. 문제는 그의 사상이었다.
▲ 오늘날 터키 시노프 모습(출처: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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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키온은 초기 영지주의자 케르도와 연을 맺으며, 영지주의자들의 사고방식인 이원론적 세계관을 가지게 된다.1) 영지주의의 모든 사상을 수용하지 않았지만, 그가 가진 이원론은 구약의 하나님과 신약의 하나님을 분리하는 오류에 빠지게 했다.
로마교회는 마르키온에게 상당한 돈을 받고 그를 잘 대접했지만, 그의 사상을 알게 된 이상 함께 할 수 없었다. 결국 마르키온은 로마 교회를 나와 종교 집단을 형성했다(편집자 주: 일부 역사가들은 로마 교회가 마르키온을 출교했다고 주장하지만, 알리스터 맥그라스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밝힌다. 로마 교회는 마르키온의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가 헌금한 돈을 돌려주었다고 전한다.).
교리
마르키온은 하나님은 한 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 『대조표』(원제: Antitheses)를 통해 구약의 하나님과 예수의 하나님은 다르다고 밝혔다. 마르키온은 구약의 하나님은 열등하고 결함이 있는 존재이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아버지께 보냄을 받아 여호와의 악한 분노에서 우리를 구원한다고 가르쳤다.2)
구약의 하나님은 유대인의 신이었기 때문에, 마르키온의 사상은 자연스레 반(反)유대교적으로 흘렀다. 그의 반(反)유대교적 사상은 자신만의 정경을 채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구약은 모두 제외했고, 신약 가운데서도 누가복음과 목회 서신을 뺀 바울의 열 개 서신만을 정경으로 인정했다. 이마저도 누가복음의 족보 등 하나님과 유대인의 관계 부분은 삭제했다. 예수님이 직접 임명한 사도들, 소위 열두 제자를 유대주의자들로 여겨 사도로 인정하지 않았고, 바울만 진정한 사도로 인정했다.
또한, 마르키온은 그리스도의 인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 결과 예수는 외형상 사람으로 보였을 뿐, 실제로는 인간이 아니었다는 가현설을 주장했다. 마르키온의 가르침은 영지주의자들의 주장과 더불어 후대의 가현설 주의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한편, 오늘날에도 마르키온과 유사한 관점으로 하나님을 설명하는 자들이 존재한다. 우리 시대 대표적인 무신론자 리처드 도킨스는 자신의 저서 『만들어진 신』에서 구약의 하나님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구약성서》의 신은 모든 소설을 통틀어 가장 불쾌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시기하고 거만한 존재, 좀스럽고 불공평하고 용납을 모르는 지배욕을 지닌 존재, 복수심에 불타고 피에 굶주린 인종 청소자, 여성을 혐오하고 동성애를 증오하고 인종을 차별하고 유아를 살해하고 대량 학살을 자행하고 자식을 죽이고 전염병을 퍼뜨리고 과대망상증에 가학피학성 변태성욕에 변덕스럽고 심술궂은 난폭자로 나온다.”3)
교회의 반응
마르키온의 사상은 초대교회에 큰 위협이 되었다. 그 이유에 대해 알리스터 맥그라스는 “마르키온이 나사렛 예수의 유대인 혈통을 부인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4) 마르키온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초대교회의 교부들이 마르키온을 반박하는 글을 많이 남겼다. 저스틴 홀콤은 “마르키온주의를 직접적으로 반박하는 문헌이 대량으로 생산된 것만 봐도 이 이단이 가진 무게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5)
폴리캅, 오리게네스, 클레멘스 등 많은 교부가 마르키온을 비판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테르툴리아누스와 이레니우스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히 테르툴리아누스는 다섯 권의 『마르키온 논박』이라는 책을 낼 정도였다. 그는 저서에서 하나님의 유일성을 논증하고, 구약과 신약, 육체와 영혼을 구분하는 이원론에 반박했다.
1) 저스틴 홀콤, 『이단을 알면 교회사가 보인다』(부흥과개혁사, 2015), 63.
2) 같은 책, 65∼66.
3)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김영사, 2007), 50.
4) 알리스터 맥그라스, 『그들은 어떻게 이단이 되었는가』(포이에마, 2011), 196.
5) 같은 책, 69.
조믿음 기자 jogog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