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비전학교 장순홍 교장 인터뷰
“학교는 나올 것임. 집에는 안 들어갈 것임.” 교장실 탁자 위에 몇 자 끄적여 놓은 종이가 눈에 띈다. 낙서인가 싶었는데, 한 학생이 남겨놓은 메모라고 한다.
“여기 있는 친구들이요? 벼랑 끝에 몰린 애들이죠.”
인천광역시 부평구에 위치한 위탁대안학교, 사랑의비전학교(교장 장순홍)를 찾았다. 분명 주소대로 찾아갔는데 건물에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일단 계단을 올랐다. 마침 장순홍 교장이 내려온다. 10분 후 도착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말은 하지 않았지만 없는 간판 때문에 기자가 헤매진 않을까 싶어 마중 나오던 참이었나 보다.
사람들은 이곳을 문제아들의 집합소라고 부른단다. 그래서 주변을 의식해 간판도 달지 않았다고 한다. 죄인도 아닌 아이들이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나 싶지만, 어떻게든 학생들이 무탈하게 생활하길 바라는 장 교장의 마음이 느껴진다.
위탁대안학교란 정규 학교로부터 학생을 위탁받아 교육하는 기관이다. ‘대안교육기관의 지정 및 학생위탁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시, 도별로 시행되고 있다. 일 년간 위탁 교육을 받고 원래 학교로 돌아가거나 재위탁도 가능하다. 위탁기간에도 학생은 원래 교적을 유지하기 때문에 3학년을 위탁대안학교에서 마치면 본래 학교의 졸업장을 받는다.
2013년에 개교한 사랑의비전학교는 인천지역의 여섯 개 위탁교육기관 중 하나다. 고등학교 과정이고 각 학년 정원이 15명인 남녀공학이다. 5명의 전임직원과 약 15명의 시간 강사들이 일반교과 50%, 대안교과 50%로 수업을 편성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장순홍 교장(사랑의선교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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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홍 교장은 학교로 오는 학생들 대다수가 학업 중단 위기에 처해있고, 더 물러설 곳이 없는 친구들이라고 전한다. 가출을 밥 먹듯이 하거나, 자해를 하거나, 가정법원에서 재판을 받거나 혹은 소년원에 다녀오거나, 심한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학생까지. 학생들이 처한 환경만 보면 말 그대로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장 교장은 이 학생들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가정과 사회로부터 받은 상처를 가득 품고 사는 아이들. 장 교장은 그 상처를 보았고 그것을 끌어안기로 했다.
장 교장은 “결과만 들여다보며 당연히 학생들을 비난하고 정죄하고 징계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방식이 아니다. 주변에서는 꼴통들이 모였으니 얼마나 힘들겠냐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대화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분노로 가득 찬 아이도 있다. 그런데 이들의 잘못을 나열하며 징계하고 처벌한다고 이들의 삶을 바꿀 수 있을까?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 기다림의 바탕에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 이해, 배려, 존중, 신뢰, 지지, 용서만이 아이들의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지지자가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장 교장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해도 의외로 많은 문제가 쉽게 해결된다고 전한다. 장 교장은 “한 학생이 문제를 일으켰다면 일단 들어준다.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억울한 일은 없는지. 지금까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이 없었던 아이들이다. 아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으며 결국 잘못을 수긍하고, 자신이 벌여놓은 문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까지 가지게 된다. 그런 아이에게는 징계가 교육이 된다. 이런 과정 없는 책망은 아이를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학교라면 진절머리나는 아이들이다. 학교에 대한 좋은 추억이 없어서 학교 자체가 싫은 아이들이다. 공부하는 습관은커녕 앉아있는 습관조차 안 되어있다. 외부 강사들은 이런 학생들을 데리고 수업하다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그래서 교육청이나 부모들은 학생들이 ‘그냥’ 졸업만 무사히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장 교장은 ‘그냥’이라는 말이 가장 무섭다고 한다.
장 교장은 “교육청이나 부모님들은 학업을 중단하지 않고 학교만 마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우선인 것 같다. 그냥 졸업만 하게 잘 관리해 달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학교 입장은 다르다. 관리보다는 희망에 초점을 맞춘다. 그냥 졸업만 하면 아이가 이 학교를 벗어났을 때 또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는 일 아닌가”라며 “학교의 모토가 아름다운 미래를 설계하는 사랑의비전학교다. 우리 학교에 위탁된 졸업생 중 70~80%가 대학에 진학하여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 된다”고 덧붙였다.
개교한 지 5년이 지났으니 서서히 열매들도 보인다. 대학교에 진학한 아이들, 취업을 하는 아이들. 한때 희망도 소망도 없어 보이던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아 간다는 자체가 장 교장에겐 이 일을 하는 동기가 된다.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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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위해 학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중에서도 오리엔티어링 캠프에 많은 신경을 쓴다. 오리엔티어링이란 지도와 나침반만을 가지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단체 경기다. 학생들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빠른 판단력, 지력, 체력을 키우며 책임감과 협동심을 배워간다. 학교는 오리엔티어링의 장점을 효율적으로 개선하여, 체험 활동, 예절교육, 상호멘토링 등 다양한 대안교육에 접목하고 있다.
끝으로 장 교장은 “초, 중, 고등학교 통틀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인천에만 매년 2000여 명, 전국에는 6만여 명이 된다. 그런데 1년에 위탁대안학교를 통해 학업 중단을 예방하는 숫자는 (인천만)300여 명에 불과하다. 국가가 제도를 만든 것은 좋은데 좀 더 확대되고 현실적인 지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교사 인건비와 일부 필요 경비를 지원받지만, 임대료 및 여러 가지 비용을 학교 스스로가 부담해야 한다. 사랑의비전학교는 체험학습을 많이 하다 보니 항상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라며 “교회들이 이 사역에 동참해 주면 좋겠다. 교회가 보이는 사역, 많은 사람이 할 만한 사역이 아니라 소외되고 주목받지 못하는 사역에 눈을 돌렸으면 좋겠다”고 전한다(사실 장 교장은 오랫동안 목회를 해온 예장개혁 측 목회자다. 사랑의비전학교는 장 교장의 동료 목회자들이 함께 헌신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장 교장은 이 아이들은 “마음으로 낳은 자식”이라며 포기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사랑의비전학교는 학생들을 사랑하며 헌신하는 교직원들이 희망의 기다림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사랑의비전학교 후원계좌: 1005-902-633603(우리은행, 사랑의비전학교)
조믿음 기자 bareunme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