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익 목사의 십계명 바르게 이해하기(4)
우리의 착각
흔히들 이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다른 계명은 몰라도 제1계명만큼은 잘 지키고 있습니다. 저는 부처를 믿는 것도 아니고, 알라를 믿는 것도 아니거든요. 제1계명도 못 지켜서야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있나요” 대부분의 독자들도 이렇게 생각하실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십계명을 얼마나 단순하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물론 표면적으로 우리들은 제1계명을 잘 지킵니다.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두진 않습니다. 집에 불상을 모시지도, 점집을 드나들지도 않으니 제1계명을 잘 지키고 있긴 합니다.
▲ 손재익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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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계명이 말하는 ‘다른 신’의 넓은 의미
하지만 제1계명은 단순한 계명이 아닙니다. 훨씬 더 넓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제1계명이 말씀하는 ‘하나님 외의 다른 신’이란 기본적으로 바알, 아스다롯, 아세라, 부처(Buddha), 알라(Allah) 등과 같은 다른 신을 말하지만, 꼭 인격을 가진 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빌립보서 3장 19절을 보겠습니다. “그들의 마침은 멸망이요 그들의 신은 배요 그 영광은 그들의 부끄러움에 있고 땅의 일을 생각하는 자라”라고 말씀하는데, 여기 “배”는 우리의 복부(腹部)를 의미합니다. 영어로 stomach입니다. 비유적으로 말해 ‘먹는 것’도 다른 신이 될 수 있음을 말씀합니다. 하나님보다 먹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면 그것이 곧 제1계명을 어기는 것입니다. 하박국 1장 11절을 보면 “그들은 자기들의 힘을 자기들의 신으로 삼는 자들이라 이에 바람 같이 급히 몰아 지나치게 행하여 범죄하리라”라고 말씀합니다. 이 말씀에 의하면 자기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거나 믿는 것도 제1계명을 어기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성경에서는 재물(욥 31:24; 마 6:24), 탐심(눅 12:16-21; 골 3:5), 쾌락(딤후 3:4)도 ‘다른 신’이 될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보다’를 넘어 ‘나란히’
이렇게 말씀드리면, “저는 재물보다 하나님을 더 좋아한 적은 없습니다. 먹는 것보다 하나님을 더 좋아한 적은 없습니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그래서 한 가지 더 살펴보겠습니다.
출애굽기 20장 3절을 보면 “나 외에는”으로 번역된 말이 나오는데, 이 단어는 히브리어로 ‘엘 파나이’로서, 직역하면 “내 앞에”(before me)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개역개정성경의 난외주에는 “히. 내 앞에”라고 되어 있고, NIV는 출애굽기 20장 3절을 “You shall have no other gods before me”라고 번역했습니다.
그런데 “내 앞에”라는 말은 “하나님과 나란히, 하나님 곁에”라는 뜻도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NIV의 난외주는 “before”라는 말이 “besides”, 즉 “곁에”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제1계명은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섬기면 안 된다는 말이면서 또한 하나님과 동시에 다른 신을 두는 것을 금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나 외에”라는 말은 하나님을 버리고 다른 신을 섬기는 것 뿐 아니라 하나님과 병행해서 다른 신을 섬기는 것도 포함합니다. 하나님을 안 믿고 다른 신을 믿는 것만 아니라 하나님과 동시에 하나님과 동등한 수준으로 어떤 존재에 대해 의지하면 제1계명을 어기게 됩니다(cf. 사 40:25).
“나 외에”라는 말이 “하나님과 나란히”라는 뜻이 있다는 사실은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제95문답도 분명히 가르칩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95문: 우상 숭배란 무엇입니까?
답: 우상 숭배란 말씀으로 자신을 계시하신 유일하고 참되신 하나님 대신in place of,14) 혹은 하나님과 나란히alongside of, 다른 어떤 것을 신뢰하거나 고안하여 소유하는 것입니다.15)
14) 요 5:23; 엡 2:12; 요일 2:23; 요이 9 15) 대상 16:26; 사 44:15-17; 마 6:24; 갈 4:8; 엡 5:5; 빌 3:19
또한 마태복음 6장 24절은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니 혹 이를 미워하고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고 저를 경히 여김이라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라며 제1계명에 이러한 의미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범하는 제1계명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하나님보다 더 신뢰하거나 하나님과 나란히 두는 것은 제1계명이 금하는 ‘다른 신’입니다. 바알이나 아스다롯과 같은 신들이 ‘다른 신’이 될 수도 있고, 자연현상을 지배하는 해와 달도 ‘다른 신’이 될 수 있으며, 나무나 동물 같은 토템(totem)도 ‘다른 신’이 될 수 있습니다. 샤머니즘이나 동북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나라에서의 조상숭배도 ‘다른 신’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의 힘도 ‘다른 신’이 될 수 있습니다(합 1:11). 자기 자신도 신이 될 수 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학업(공부), 이성교제, 외모, 연예인 등이, 부모에게는 자녀, 자녀의 학업 등이, 성인에게는 명예, 권력, 돈 등이 다른 신이 될 수 있습니다.
어기는 것을 넘어서
우리가 제1계명을 잘 어기고 있다는 사실은 제1계명의 긍정명령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십계명은 그 형태가 “~을 하지 말라”는 부정명령을 기본으로 합니다. 그러다보니 각 계명을 어기지만 않으면 잘 지킨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을 하지 말라”는 이면에는 “~을 하라”는 명령이 있습니다. 즉 부정명령은 긍정명령을 포함합니다. 그렇기에 제1계명의 경우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않으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해 섬기는 것”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제1계명은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두지 않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온 힘을 다해 하나님을 섬기며 사랑하라”고 명령합니다.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만 않는 것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섬겨야 합니다. 하나님을 힘써 섬겨야 합니다. 하나님을 사랑해야 합니다.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해 하나님을 경배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합니다. 하나님을 묵상하고 존경하고 흠모해야 합니다. 하나님만을 신뢰하고 하나님을 바라고 하나님을 기뻐해야 합니다.
이 사실은 마태복음 22장 37〜38절에서 예수님께서 “(37)….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38)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라고 하신 말씀을 통해서 분명히 드러납니다.
제1계명을 과신하지 말자
우리는 제1계명을 잘 지키고 있다고 과신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 세상에 그 누구도 제1계명을 제대로 지키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 모두 날마다 제1계명을 어기는 자들입니다. “저는 다른 계명을 몰라도 제1계명만큼은 잘 지키고 있습니다”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제1계명만 아닙니다. 앞으로 다루게 될 모든 계명들이 다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범죄 하는 자들입니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편집자 주: 필자 손재익 목사는 한길교회(http://cafe.daum.net/hgpch)를 담임하고 있다. 저서로 『십계명, 언약의 10가지 말씀』(디다스코)이 있다.
손재익 목사 bareunmedi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