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여행지로 손꼽히는 도시인 멜버른(Melbourne). 공항에 도착하면 보통은 셔틀버스를 타고 서던크로스 역(Southern Cross Station)으로 직행한다. 특별히 다른 교통수단을 구하지 않은 방문객 대부분이 이 역을 거친다. 트레인과 연결된 꽤나 큰 이 역에 도착하고 나서야 다들 각자 목적지로 흩어진다. 필자가 여행 차 멜버른에 들렀던 올 2월 초, 서던크로스 역사 곳곳의 광고들이 뿔뿔이 제 길 가는 객들에게 ‘몰몬교에서 찾으라’고 권하고 있었다.
▲페더레이션 광장에 세워진 몰몬교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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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 여행자가 꼭 들르는 곳이 페더레이션 광장(Federation Square)이다. 맞은편에 있는 플린더스 역(Flinders street station)은 도시 교통의 중심이고, 광장 가운데에 방문자센터(Melbourne visitor centre)가 있어서 이방인을 돕는다. 잠깐 들러 기념사진을 찍는데 방문자 센터 옆에 있던 ‘몰몬경(The book of Mormon)’ 부스가 자꾸 화면에 걸렸다. 부스 주변에는 몰몬교 신자로 보이는 몇몇이 눈에 띄었다.
▲ 서던크로스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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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사정, ‘뮤지컬 몰몬경’과 ‘경전 몰몬경’
그때 멜버른에는 ‘몰몬경(The book of Mormon)’이라는 뮤지컬이 정기적으로 공연되고 있었다. 방문자센터에 팸플릿이 꽂혀 있었다. 2011년 첫 공연 이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크게 성공한 이 공연은, 상당히 권위 있는 토니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제목만 보고 몰몬교 홍보물인줄만 알았다. 그러나 뮤지컬 몰몬경은 몰몬교(혹은 종교)를 패러디한 풍자극이었다.
몰몬교에 자신들의 경전 이름을 내건 이런 종류의 공연이 껄끄러운 건 당연하다. 뮤지컬이 흥행하자 미국 몰몬교는 “이 공연은 저녁의 관객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제작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서로서 몰몬경은 사람들을 그리스도에게 더 가까이 초청함으로써 영원히 그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놨다. 당시에는 몰몬교가 연극 광고 안내문의 광고 면을 사들여 “당신이 연극을 보았다면, 이제 몰몬경을 읽으라” 등의 광고를 실었다고 한다.
▲뮤지컬 몰몬경 공연 사진(출처: bookofmormonmusical.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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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 광장에 자랑스레 세워 놓은 몰몬경 모양의 부스와 한창 상영 중인 뮤지컬 몰몬경은 무슨 관계일까. 여행자로서 도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기는 어렵다. 몰몬교가 유동인구가 집중되는 역과 광장에서 홍보에 힘쓰는 일이 그들의 경전을 패러디한 뮤지컬에 대한 대응일 수 있겠다고 짐작할 뿐이다. 다만, 이방인의 눈에 몰몬교의 멜버른은 논쟁의 현장이자 사투의 공간으로 보였다. 논쟁적일수록 관심사가 될 테고, 반복해서 노출될수록 경계심은 느슨해 질 거다.
이민자의 나라에서 몰몬교의 생존법
호주의 대도시에서 몰몬교는 자주 접하게 되는 종교다. 브리즈번(Brisbane)이라는 도시에 3개월 정도 체류한 적이 있다. 많은 이들의 만남의 장소인 퀸 스트리트(Queen street)에 가면 몰몬교 특유의 복식을 갖춘 신자들이 포교의 대상을 찾는다. 혼자 있다 눈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한번은 말을 섞어야 한다. 도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브리즈번 강의 밤 풍경에는 천사 모로나이가 저 멀리 몰몬교 성전 첨탑 꼭대기에서 황금빛을 낸다.
브리즈번 써니뱅크(Sunnybank)라는 지역에는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한다. 몰몬교 신자들은 그곳 버스정류장 앞에서 포교 대상자를 찾는다. 대면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의 포교법이 얼마나 효과적이냐는 별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건 단 한명의 중국인이 몰몬교로 개종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파급력이다. 호주는 다양한 인종과 국적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드는 자타공인 이민자의 국가다.
호주 몰몬교 신자가 접촉하는 포교 대상자는 전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다. 호주 최대의 도시 시드니에 오면 온 세계의 종교가 보인다. 교회, 성당, 모스크(이슬람), 사찰(불교), 만디르(힌두교). 유입되는 이민자만큼이나 그들의 종교는 경쟁적으로 들어왔다. 몰몬교도 이중 하나다. 신자들이 시드니 센트럴 역(Central station) 앞에서 그들만의 복음을 전하는 걸 본다. 이곳의 다른 종교처럼 몰몬교는, 삶의 방향을 찾는 호주인과 생존해야만 하는 이민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그들의 방식으로 분투하고 있다.
이용규 객원기자 bareunmedi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