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요? JMS 신도들이 100명은 될걸요? 위장 포교도 정말 많아요!” JMS(기독교복음선교회, 정명석)를 탈퇴한 이화여대(이하 이대) 재학생 A 씨의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이대 안에서 벌어진 포교를 통해 JMS를 경험했다고 밝힌 A 씨는 벗(편집자 주: 이대생들은 서로를 ‘벗’이라고 부른다.)들이 JMS에 속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대 커뮤니티 사이트를 이용한 포교
CCM 반주에 관심이 많던 A 씨는 이대생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에 반주법 레슨을 받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한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같은 학교, 같은 종교, 같은 취미. 레슨을 받으며 자연스레 언니와 가까워졌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댓글은 다른 JMS 신도가 달고 언니를 연결해줬다고 한다.
언니는 A 씨에게 급하게 포교를 시도하지 않았다. “언니가 6개월 동안 아주 조금씩 교회, 신앙, 믿음에 대해 이야기해 줬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30개론(JMS 핵심 교리)의 일부를 조금씩 희석시킨 내용들이죠. 언니를 믿었고, 좋은 말씀인 것 같아 언니가 권유하는 성경공부 모임에 참석하게 됐죠.”
A 씨는 JMS 위장 교회에서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해외에서 생활을 했던 터라 한국의 사이비 종교에 대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적었다. 위장 교회는 물론, JMS가 어떤 단체인지, 정명석이 누구인지도 몰라 조금의 의심도 없었다.
JMS를 알게 되다
주 2회, 하루에 두 시간씩 두 달 동안 30개론을 공부했다. A 씨는 그때까지도 자신이 공부하는 곳이 JMS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A 씨는 “30개론은 정명석을 메시아로 만드는 교리잖아요. 그런데 메시아를 정명석이 아닌 왕 목사님이라고 표현했어요. 30개론을 배운 저는 왕 목사님이 누구인지 알려 달라,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했죠. 돌아오는 대답은 그분이 워낙 바쁘셔서 ‘아직은 만날 수가 없다’였어요. 그분의 나이만 알려달라고 사정해 몇 가지 정보를 얻었어요”라며 “얻은 정보를 토대로 인터넷을 검색해 그들의 왕 목사님이 정명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아! 이분이구나 하는 순간, 인터넷은 정명석의 성범죄 사실로 도배되어 있었죠. 혼란스러웠어요. 평소 알고 지내던 기독교 동아리 언니들에게 겪은 일을 털어놓고 정명석에 대해 물어 보았어요”라고 말했다.
돌아오는 답은 뻔했다. 지인의 추천으로 건전한 이단 상담소를 찾았다. 30개론 반증을 듣고, JMS와 정명석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A 씨는 “하나님의 도우심이지요. 상담소에서의 교육을 통해 많이 회복되었어요. 특히 구원론을 들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나의 것이라는 확신을 얻게 되었어요”라고 말했다.
탈퇴까지는 순탄치 않았다. 그곳 사람들, 특히 언니와의 관계를 그냥 끊어낼 순 없었다. 포교를 위해 나를 속였다는 배신감 보다, 언니를 JMS에서 빼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하지만 JMS 측은 언니와의 관계를 철저하게 막아섰다. 현재 A 씨는 언니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이화여대 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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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과 폭로, 줄 잇는 사례들
A 씨는 한동안 외국에 다녀왔다.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생각한 순간, 이대에서 벌어지는 JMS의 포교들을 목격하게 되었다. 티라미수 만들기, 퍼스널메이크업 강연, 미소교육, 새내기 필라테스 원데이클래스 등 벗들이 관심 가질 만한 프로그램들이 많았다. A 씨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JMS의 정체를 폭로하고 위장 포교를 주의하라는 글을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렸다. 반응은 뜨거웠다. 재학생이 약 1만 7천 명(2017년 기준)인데, 조회 수는 2만을 훌쩍 넘었다. 모든 사례가 JMS라고 할 순 없지만, 나도 이렇게 당했다는 몇 백 개의 글이 줄을 이었다.
A 씨는 “이대는 포교가 잘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여자들만 있으니 외롭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꽤 있죠. 그런데 JMS는 완벽하다는 주님을 내 애인으로 삼는 것이 목적이잖아요? 어쩌면 그 감성들이 잘 맞아떨어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라고 전했다.
A 씨는 “JMS는 여성 피해자들이 같은 감수성으로 서로를 이해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어요. 이들이 정상적인 신앙생활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꾸준히 돕고 싶어요”라며 “제가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같은 기독교인들은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물어요, 이단들은 공격을 하고, 무신론자들은 이 일을 통해 무언가를 얻고자 하느냐고 의심하죠. 이런 상황이 안타깝지만, 같은 마음을 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피해자 탈퇴자를 계속 도울 거예요”라고 다짐했다.
조믿음 기자 bareunme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