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통계시에 기반한 황당한 주장들
2025년 5월 4일 오전 11시. 전 세계 30억 명의 크리스천이 동시에 연합예배를 드린다. 그중 각 지역의 크리스천을 대표하는 목회자들은 상암 월드컵 경기장으로 모인다. 이 일을 이루기 위해 기도하는교회 70명이 창세전에 선택되었다. 70명은 마침내 예배를 드림과 동시에 전 세계 30억 명 구원의 과업을 완성하게 된다.
황당한 시나리오를 가르치는 목사와 그를 추종하는 신도들이 있다. 부천 기도하는교회(박종훈 목사) 이야기다. 한국 교회 성도들에게 박종훈 이라는 이름이 익숙할지 모르겠다. 그가 썼다는 『하나님의 보좌를 움직이는 기도』(국민일보사)는 2,000년도 전후해서 약 20만 권이 팔렸다. 박 목사는 전국 1000여 개의 교회에서 간증 집회를 가졌다고 한다.
박종훈 목사는 주님의 음성을 듣는다는 직통계시에 기반을 두고 자신의 주장을 펼쳐간다. 자신은 2000년 동안 몰랐던 비밀도 깨달았다고 한다. 비밀의 중심에는 박 목사가 주장하는 1, 2모토와 피 뿌림이 있다.
1, 2모토와 피 뿌림
박종훈 목사가 주장하는 1, 2모토와 피 뿌림은 무엇일까? 1, 2모토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 바라봄, 보혈에 의지함, 빠지지 않고 줄이지 않는 1시간 이상의 기도 운동, 주님의 위대하심, 평화, 깊은 차원의 피 뿌림 등 이해가 쉬운 내용과 추상적인 개념이 혼재되어 있다. 이 중 피 뿌림의 개념이 중요하다. 박 목사는 천국에 가기 위한 진리가 피 뿌림이라고 주장한다. 박 목사가 말하는 피 뿌림은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이 공간과 시간을 초월해 영적으로 사람에게 뿌려지는 개념이다. 기도하는교회 신도들은 예배 시 두 손을 들고 피를 받는 모습을 취한다.
피 뿌림은 구원으로 가는 길 일 뿐만 아니라, 병을 치유하는 수단이기도 하다며, 박 목사는 피 뿌림으로 신도들의 병을 고쳤다고 설교한다.
“현대의학이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특히 나이 있으신 분들 당뇨가 있으면 안 되고, 고혈압이 있으면 안 되고.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이런 경우에서 피 뿌림을 알면 위급사항에 도움이 됩니다”
박종훈 목사는 기본적으로 직통계시에 뿌리를 두고 있다. 피 뿌림은 주님의 계시를 받을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님의 음성을 들을 때 박 목사 자신과 주님 사이에서 방해하는 사단에게 피를 뿌려 침투하지 못하게 만든 다음 주님의 음성을 선명하게 듣는다고 한다.
피 뿌림은 학업과 신체적 성장에도 도움을 준다고 가르친다. 박 목사는 피 뿌림의 기도로 초등학교 때 반에서 5등이던 아들이 중학교에 가자 반에서 1등을 했고 대학을 3년 만에 조기졸업 했다고 말한다. 또한 자신과 아내는 키가 작은 편인데 아들은 피 뿌림으로 180cm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박종훈 목사는 이 피 뿌림의 비밀을 종교개혁자들도 몰랐으며 2000년 동안 공표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성령불 받아 30억 영혼에게 1, 2모토 전파하자
박종훈 목사는 30억 영혼에서 1, 2모토를 전하기 위해 성령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도하는교회 신도들은 매 예배 시마다 “오늘 우리는 성령불 받기 위해서 교회에 왔습니다”라고 세 번 외친다. 또한 기도하는교회 인터넷 카페에 “30억 영원 구원의 1단계를 펼치실 주님을 진심으로 찬양 합니다”라는 문장을 매일 반복적으로 써야 한다. 이 문장을 반복적으로 쓰지 않으면 예수님이 기뻐하시지 않는다고 말한다.
박 목사에 따르면 기도하는교회는 성령불을 받아 전 세계를 재복음화 하게 될 창세전에 택함 받은 70명의 양성소다. 성령불을 받는 70인은 전 세계를 다니며 복음을 전해 30억 명을 구원하여 세계 재복음화를 이루게 된다고 설교한다. 성령불을 받으면 70인은 천사도 부러워하는 큰 중책을 맡아 세계 재복음화에 쓰이며, 천국에서도 예수님의 제자들이 받는 ‘100인 상’을 받아 영광의 자리에 앉는다고 한다.
정점은 바로 2025년 5월 4일 11시다. 30억 명 중 전 세계 각 지역의 많은 대표자들이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 모이고, 나머지 전 세계 사람들은 위성중계로 동시연합예배를 드리게 된다고 한다. 박 목사는 환상을 통해 자신 옆에 70명이 있고, 30억 크리스천이 동시에 기도할 때 자신의 영이 지구 위에서 60억 개의 올라간 손을 보게 된다고 말한다.
박 목사는 신도들에게 성령불이 임하는 시기를 몇 차례 예언하기도 했지만, 당연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박 목사는 “지난주에 성령불이 오기로 되었지만 연기되었다”고 하거나, 주님이 “기도하는교회 성도 중 몇 명은 성령불을 받을 조건을 통과했다”는 것을 주님께서 알려주셨다 한다.
▲신도들 댓글(좌)과 성령불 받자는 모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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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황당한 주장들
박종훈 목사는 설교와 저서를 통해 상식과 성경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들을 펼친다. 박 목사는 ▲2001년도에 ‘전 세계 악한 영’과 싸웠는데 예수님 보혈로 공격해 6개월 만에 무너뜨렸다 ▲기도 중에 주님께서 내가 사단을 압박하는 직접 통치를 하시겠다는 음성을 들었다 ▲본인이 죄를 짓거나 주님께서 말씀해주신 30억 영혼 구원에 대한 비전을 의심하면 예수님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에서 예수님의 얼굴이 화난 표정으로 바뀌었다 ▲하나님께서 예수님께 모든 권세를 주셨기 때문에 하나님과 성령님께는 권세가 없어서 예수님께 기도해야 한다고 설교한다.
『기도에 생명을 걸고』(박종훈 저, 국민일보사)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상공에 배회하는 수많은 귀신을 보고 예수님의 보혈로 집 주위를 덮어 침범하지 못하게 했다 ▲기도 대상자의 등 뒤에서 귀신이 튀어나와 예수님 이름으로 공격하니 주님께서 빛의 미사일 형태로 공격해 귀신이 두 동강이 나면서 하늘로 사라졌다 ▲IMF 때 자신의 기도로 외채 이자율을 낮췄다 ▲피 뿌림으로 태풍의 위력을 감소시켰다.
박 목사는 교회를 탈퇴한 신도들을 향해 영적 싸움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주님께서 창세 전에 택한 큰 영광의 자리를 잃어버렸다고 말한다. 또한 교회를 떠나면 주님께서 기뻐하지 않기 때문에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두려움을 심어준다.
기도하는교회의 한 탈퇴자는 “박 목사는 (전 세계연합예배를 드릴 때) 본인이 초대 총회장이 될 것이라고 한다. 7인의 영적 대장에 선출될 성도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말로 성도들 간의 경쟁을 부추긴다. 또한 자신 옆에 설 70명은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 개입할 것이라고 한다. 성도들의 성취 욕구를 자극하는 영적, 육적 포상을 1,2 모토를 전파하여 전 세계를 복음화하자는 슬로건 속에 담아 제시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탈퇴자는 “책이 많이 팔려서 유명세 때문에 교회로 찾아오는 이들이 있다. 언론을 통해 기도하는교회의 실체가 알려지고, 교단 차원의 결의가 이루어져 더 이상 기도하는교회에 미혹되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란다”라며 “남아 있는 성도들이 2025년 5월 4일 오전 11시를 곧이곧대로 믿어버리는 분별없는 생활을 할 것 같다. 박 목사의 주장에 문제가 많다는 진실을 신도들이 깨닫길 기도한다”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조믿음 기자 bareunme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