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10월 28일. 휴거가 일어난다고 주장했던 한 단체가 있었다. 당시 사회는 시끌벅적했다. 주요 방송사들은 그들의 광신적인 집회 현장을 생방송으로 보도했다. 24:00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신도들은 말없이 뿔뿔이 흩어졌다.
다미선교회. 교주 이장림 씨는 자신들이 공중에서 예수님을 영접하고, 이 땅에서는 7년 대환난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적그리스도인 유럽공동체의 통합대통령이 등장하고, 전 세계 50억의 인구가 대환난 기간에 사망한다는 전형적인 극단적 세대주의 종말론을 설파했다.
이장림 씨는 영생을 받아야만 휴거 할 수 있다며 신도들을 미혹했다. 신도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재산을 처분해 다미선교회에 바쳤다. 영생의 조건이었다. 금액은 10억 원이 넘었고, 외화 26,711달러도 있었다. 당시 서울지방검찰청은 이장림 씨를 사기 및 외환관리법위반으로 구속했다. 1심에서 사기, 외국환관리법위반,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이 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하나님의교회의 시한부 종말론
현재도 다미선교회와 유사한 단체가 존재한다. 1988년, 1999년, 2012년, 세 차례나 종말을 주장한 하나님의교회다. 종말을 빌미로 헌금을 유도한 것 역시 다미선교회와 유사하다. 하나님의교회 탈퇴자들은 “종말이 오므로 재물을 땅에 두기보다 하늘에 소망을 두라.”, “하나님께 제일 큰 축복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님의 성전을 짓는 데 필요한 자금을 드리는 것”이라는 설교를 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하나님의교회는 종말을 이용해 신도들 사이에 공포감을 조성하고, 하나님의교회가 도피처라고 가르쳤다. 도피처 건축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신도들이 바친 건축 헌금으로 (종말을 주장한) 2012년에만 서른 곳 가까이에 건물을 세웠다.
이장림씨와 하나님의교회는 종말을 믿었을까?
다미선교회 사건의 판결문을 살펴보면, 이장림 씨는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나왔으며, 자신은 1992년 10월 28일 휴거를 확신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씨가 1993년 5월 22일에 만기 되는 환매채를 사들인 사실이 들통 났다. 이 씨가 종말을 믿지 않았다는 결정적인 증거인 동시에 사기죄가 성립되는 주요 요소였다. 추가로 이 씨 자택의 침대 밑에서 26,711달러가 발견되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교회는 종말을 믿었을까? 몇 가지 측면에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첫째, 하나님의교회는 1999년 9월 1일, 분당 이매동에 건물을 짓기 위해 공사를 시작했다. 공개된 도급계약서에 따르면 준공 일자가 2000년 9월 1일로 명시되어 있다. 즉 1999년 종말을 주장하면서 다음 해에 완공되는 건물을 짓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종말을 믿지 않았다는 증거다.
2012년 종말 불발 이후에는 신도들 입단속에 들어갔다. 한 탈퇴자는 종말을 주장했던 사실을 비밀로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었다고 증언했고, 종말에 관련한 책자를 숨기기도 했다. 심지어 자신들은 종말을 주장한 적이 없다며, 하나님의교회의 시한부 종말론을 비판한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나님의교회 지도부가 종말을 믿었다면 보일 수 없는 이상행동들이다. 하나님의교회는 여전히 건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미선교회 사건은 ‘믿지도 않는 시한부 종말을 주장하면서, 신도들에게 헌금을 유도하면 사기’라는 판례를 남겨주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시한부 종말을 주장하며 사람들의 삶을 유린하는 사이비 종교가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다미선교회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 검찰 측은 “(이 사건은) 종교를 빙자한 사기이며 국민 간의 신뢰 관계를 뒤흔든 반 신뢰 사범”이라고 주장했다.
지금 이 땅에는 종교를 빙자한 사기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조믿음 기자 jogog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