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마귀가 되는 때

딸을 폭행하는 〈구해줘〉의 한 장면, 드라마 속 이야기만 아니다


악한 사단 마귀야사랑하는 내 딸 상미의 몸 안에서 썩 빠져나갈지어다!”

OCN에서 방영 중인 사이비 스릴러 드라마 〈구해줘〉 는 한 시골 마을에 자리 잡은 사이비집단 구선원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지난 19일 토요일에 방송된 〈구해줘〉 5회에는 사이비종교 신도들이 가진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가 표현되었다.

주인공 상미(서예지 분)는 구선원이 종교 사기판임을 알고 있다하지만 세뇌된 아버지 주호(정해균 분)와 몸이 불편한 어머니 보은(윤유선 분)을 포기할 수 없어 구선원에 몸담고 있다상미는 지속해서 주호를 설득해 보지만상미의 행동은 주호에게 믿음 없는 모습으로 비칠 뿐이다주호는 상미가 마귀의 조종을 받고 있다는 말을 되뇐다.

결국 상미는 구선원에서 탈출을 시도하지만 실패주호와 구선원 신도들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주호는 상미의 행동이 사단으로부터 왔다고 확신하는 터. “악한 사단 마귀야사랑하는 내 딸 상미의 몸 안에서 썩 빠져 나갈지어다!”를 외치며 상미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친다상미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만다.

 

▲ 상미의 머리를 내리치는 주호(출처: 네이버 TV)

주호의 행동은 사이비종교 신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흔한 모습으로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는 픽션이 아니다.

지난 2014년 5월 28중국 산둥성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한 여성을 집단 구타해 사망케 한 사건이 있었다가해자는 중국에 여 그리스도가 재림했다고 믿는 전능하신 하나님교회(동방번개)의 신도들로이들은 가족이었다.

포교거부이들 가족이 피해자를 구타한 표면적 이유였다그런데 폭행 이유를 조금 더 깊숙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폭행 당시 이들 가족은 피해자를 향해 너는 악마야’, ‘마귀다라고 소리 쳤다고 한다즉 이들은 인간’ 보다는 여성을 사로잡고 있는 마귀를 잡겠다고 달려들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14년 3신천지를 탈퇴하겠다는 농아인 자녀를 폭행한 부모가 있었다자녀가 구타를 이기지 못하고 탈퇴하지 않겠다’, ‘회개하겠다고 하니 부모는 악령이 나갔다며 폭행을 멈추었다고 한다.

신천지에 빠진 한 청년은 자신이 돌아오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도 모른 채일기장에 부모라고도 하기 싫다이미 그들도 사단에 사로잡혀 있다라고 썼다.

사이비종교가 존립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인 중 하나가신도들이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가지도록 세뇌하는 것이다이들은 선과 악을 뚜렷하게 인식한다당연히 선은 자신들이다문제는 악이다악은 선한 자신들을 대적하는 그 모든 것이다자신들로부터 구원과 영생을 찬탈하려는 악을 싸잡아 성경을 빌어 마귀(혹은 사단)’라고 표현한다그리고 이를 가족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한다.

가족은 마귀에게 조종을 받고 있다는 사고방식은 이혼가출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 축사를 빙자한 폭행으로 목숨을 잃는 사례까지 발생시킨다사이비가 반사회적인 집단이라는 방증이다.

제발 아빠를 외치며 주호를 붙잡고 울부짖는 상미지금 우리 주변엔 제2의 상미3의 상미가 가족을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조믿음 기자 jogog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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