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아 출산 유발약을 막은 일화로 유명한 프랜시스 올덤 켈시(1914년 7월 24일 ~ 2015년 8월 7일) 박사. 그녀는 의학박사 학위 취득 후 1960년 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약 허가 신청서를 평가하는 일을 맡았다. 그해 9월 그녀에게 주어진 첫 신청서는 ‘탈리도마이드’라는 진정제 였다. 과거 서독의 제약사인 그루넨탈이 개발한 이 약은 탁월한 수면 진정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고 임산부의 입덧 방지제로도 처방되었다.
▲ 프랜시스 캐슬린 올덤 켈시
(1914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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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시 박사는 신청서에 담긴 정보가 부족하다며 계속해서 약품의 독성과 효과 등에 대한 추가 정보를 요구했다. 당시 미국 내 제조사인 머렐 사는 다른 나라에서 시판이 되는 만큼 쉽게 허가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다 난관에 봉착하자 로비와 항의 등으로 켈시 박사를 압박했다.
켈시 박사가 끝까지 소신을 지키며 승인을 거부하던 중 유럽 의학계는 탈리도마이드가 팔, 다리를 마비시킬 수 있고 기형아 출산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게 된다. 약품은 곧바로 회수되었지만 당시 탈리도마이드 복용 탓에 태어난 기형아는 전 세계에 약 1만 2천 명에 달했다. 그러나 미국은 단 17명. 그 17명도 의사들에게 나눠 준 샘플로 인한 피해였다.
켈시 박사는 소신을 지킨 공무원으로 급부상했다.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켈시 박사에게 공무원에게 주는 최고상을 수여했다. 켈시 박사는 FDA에서 90세까지 근무했고, FDA는 2010년부터 켈시 어워드 제정해 수상하고 있다.
올덤 켈시의 이야기를 읽으며 신천지 신학원의 불법성 문제로 (피해자들이) 싸워온 지난 10년의 과정이 떠오른다. 이런 미담에 하필이면 사이비 종교의 학원법(정확히는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문제를 덧이어 생각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학원법상 학원은 ‘10인 이상의 학습자에게 30일 이상 학습장소로 제공되는 시설’로 정의하고 있다. 신천지 신학원은 보통 6∼7개월 과정이다. 인원은 20명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원법상 학원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안양과천교육지원청은 신천지 신학원이 내부교육기관인 동시에 종교교육이기 때문에 규제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안양과천교육지원청의 입장을 전해들은 검찰은 신천지 피해자들의 신천지의 학원법 위반 혐의 사건을 불기소 처분을 해버렸다.
안양과천교육지원청은 바른 판단을 한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신천지 신학원은 내부교육기관이 아니다. 신천지는 ‘신학원에서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 및 이에 준하는 자격을 획득한 자’를 신도로 규정하고 있다. 신학원 수강생은 신천지 신도가 아니라는 뜻이다.
종교교육은 또 어떠한가. 헌법재판소(2000. 30. 30 헌바14전원재판부)는 “종교교육이라 할지라도 학교나 학원의 행태로 행하는 것에 대하여 방치할 경우, 여러 사회적 폐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설립인가나 등록제로서 최소한의 규제하는 것이 공익을 보호하기 위한 사익의 제한이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교육부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근거해 “종교교육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학교나 학원이라는 교육기관의 형태를 취할 경우에는 교육법이나 학원법상의 규정에 의한 규제를 받게 된다”라고 법령을 해석했다. 따라서 신천지 신학원이 내부교육기관인 동시에 종교교육이기 때문에 규제대상이 아니라는 안양과천교육지원청 판단은 잘못되었다.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서울서부교육청은 신천지 신학원이 학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의 한 빌딩에 있는 신천지 신학원을 고발했다. 그런데 변수를 만났다. 같은 빌딩에 간판도 없는 신천지 위장교회가 있었다. 검찰은 “신학원은 같은 빌딩에 있던 교회의 소속이며 소속 신도들이 교리를 공부하는 곳으로 확인했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신천지는 상식적이지 않은데 상식선에서만 수사하니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어떤 공무원은 신천지 비밀 모임장소에 가서 여기가 신천지 신도들이 공부하는 장소인가를 물었다고 한다. 신천지의 습성을 조금만 아는 사람에겐 속된 말로 속에 천불이 날 일이다. 검찰은 신천지에 기망 당했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잘못된 판단하나 때문에 많은 사람이 피눈물을 흘리며 내 자식을 돌려달라고 외치고 있다. 그런 민원인이 들어올 수 없도록 안양과천교육지원청은 문까지 걸어 잠그는 행태를 보인 바 있으니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다시 켈시 박사. 시판되고 있는 약이기 때문에 형식적 절차만 거쳐 판매 허가를 해주는 것이 당연할까?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그래서 켈시는 고집불통, 비합리적인 관료라는 항의를 받았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론 기형아 출산을 막은 영웅이 되었다. 이 약이 임산부가 복용해도 되는지를 다시 한 번 꼼꼼하게 따져봤던 켈시를 지금 와서 외골수라고 비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신천지의 학원법 위반 고소에 대한 불기소 처분은 잘못된 판단에 근거한 잘못된 결론이었다. 처음부터 다시 사건을 되짚어 볼 의식 있는 공무원이 없을까.
조믿음 기자 jogogo@hanmail.net